趙東根 <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경제학 >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오늘 중국 베이징의 나비 날갯짓이 내일 미국 뉴욕에 폭풍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결과에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세계화와 디지털 혁명으로 나비효과는 가상(假想)의 현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나비효과'를 끼치고 있다.

16일 주식시장에선 종합주가지수 1700선이 무너졌다.

뉴욕발(發) 나비의 날갯짓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판매에서 시작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미국 전체 모기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미국 전체 금융자산으로 치면 그 비중은 1% 미만이다.

미국 금융자산의 1%에도 못 미친 고위험자산이 전 세계 자본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서브 프라임을 담보로 '유동화(流動化)'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고위험자산이기 때문에 다른 우량 자산과 결합되어 '자산담보부 증권'으로 다시 태어난다.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큰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들어가 있는 만큼 수익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무디스나 S&P사 같은 평가기관이 '투자등급'을 매긴다.

계량화된 위험에 상대적 고수익 채권에 투자자의 구미가 당길 만하다.

투자자들이 넘쳐났다.

단기 수익률을 노리는 헤지펀드는 물론 대형 투자은행,중소규모 금융회사들이 채권을 사들였다.

구입 주체도 미국 금융회사에 한정되지 않았다.

급기야 서브 프라임의 불똥은 골드만삭스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에까지 튀었다.

'엔 캐리'청산은 서브 프라임 부실의 '후폭풍'이다.

금리가 낮은 엔화 자금을 빌려 수익률이 높은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엔 캐리' 자금 규모는 기관에 따라 최대 1조달러까지 추정된다.

이 같은 막대한 규모로 인해 '엔 캐리'는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자산가격 상승의 주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따라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엔화 자금이 청산돼 일본으로 환류할 경우,유동성의 감소와 자본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서브 프라임의 직격탄을 맞은 투자자들이 고수익 자산을 팔고 엔화를 매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자금 경색(梗塞)을 완화하기 위해 자금을 쏟아부을 때,일본은행은 14일에만 1조6000억엔의 자금을 회수했다.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세계화 시대에 외부충격을 차단하기는 매우 어렵다.

금융상품들을 결합하고 여기에 복잡한 조건을 붙여 파생금융상품을 만든 뒤,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거래하는 것을 '월가의 자본논리'라 할 때,우리 국익(國益)을 위해 월가의 논리를 제어할 레버리지는 사실상 없다.

'엔 캐리' 문제의 본질도 엔 캐리의 '유인'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0.5% 금리에서 2~3%대의 정상적 정책금리로 옮겨가려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야 하나,그럴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은 엔저(低)를 유지하기 위해 엔 캐리를 묵인하고 있지만,우리가 취할 수단은 여의치 않다.

물론 정책당국은 서브 프라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모기지의 충격을 역이용해,환율 안정과 자본시장의 체질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서브 프라임 여파로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그동안 고평가됐던 원화가 숨통을 틔울 수 있다.

그리고 엔 캐리 청산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던 엔화의 상대가치를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편 서브 프라임 모기지를 편입하고 있는 외국계 대형 펀드들은 환매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의 주식을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

기업의 실적을 고려하면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가 낮은 가격에 '빈 공간'을 메우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로 코스피 시장에서의 투자비중이 30%대로 낮아진 것도 그리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사)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