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국민은행장 인선 작업이 본격화된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임기가 10월 말로 끝남에 따라 후임 행장을 뽑기 위한 행장추천위원회가 16일 구성돼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행추위는 9월 중순까지 차기 행장 추천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강 행장의 연임 여부와 후임 후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 행장은 지난 3년간 신중하고 합리적인 일처리로 자산 221조원의 거대 국민은행을 무리없이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취임 이후 부실자산을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내실을 다져 2005년과 2006년 연속 2조원 이상의 순익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초 주당 3650원의 '화끈한' 현금배당을 실시,지분율 85%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환심도 샀다.

행추위 구성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강 행장에게 유리한 상황이다.

행추위는 국민은행의 사외이사 8명과 주주대표 1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주주대표로는 4%의 지분을 가진 ING그룹 인사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행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들은 행장과 함께 경영에 대해 일정 책임을 나누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강 행장의 우군들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행장의 연임을 낙관하긴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연임 가도에 경보가 울렸다.

올 상반기 실적은 국세청 법인세 추가 납부 지출 등의 악재로 다소 저조한 성적표를 내놨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도입한 영업점 업무 분리제도(SOD) 등을 둘러싸고 노조와의 관계도 악화돼 있다.

벌써부터 황영기 전 우리금융회장,최명주 전 교보증권 사장,하영구 씨티은행장,손성원 LA한미은행장,정문수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진동수 전 재정경제부 2차관,정기홍 전 서울보증 사장,장병구 수협 신용대표,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등 10여명의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결국 차기 국민은행장의 낙점은 정부의 복심(腹心)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국민은행 지분을 매각한 이후 수많은 주주들에게 지분이 고루 분산됨에 따라 그 어떤 주주도 목소리를 높이는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청와대와 정부 입김이 후임 행장 인선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