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6일 외국인 4848억원 팔고,개인 3053억원 사고.7일 역시 외국인 4611억원 순매도,개인 1618억원 순매수.'외국인 매도-개인 매수'는 요즘 증시의 특징이다.

외국인 매도는 벌써 17일 연속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이후 순매도액은 7조1000억원이 넘는다.

반면 개인은 이 기간 동안 2조9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이처럼 투자 주체들이 한 쪽은 일방적 매도,또 다른 쪽은 일방적 매수 양상을 보이면서 증시 변동성도 크게 높아진 상태다.

왜 이처럼 줄기차게 외국인은 파는 데 비해 개인은 사는 것일까.

이유는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 여부다.

개인들은 우리 증시가 2000을 넘어 2~3년 내 300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경기가 회복 추세인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가 정부 규제로 꽉 막히고 또한 저금리로 인해 시중자금은 증시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기대다.

이에 비해 많은 외국인은 한국 증시가 이제 결코 싼 수준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익대비 주가수준(PER·주가수익비율)이 영국이나 프랑스 등을 넘어설 정도에 이르면서 저평가 매력이 상당 부분 감소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한국 증시가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셈이다.

둘째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다.

국내 개인들은 대체로 과거 강세장에서 많은 악재들이 단기에 스쳐 지나갔던 것처럼 '별일 아닌' 일로 치부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적지 않은 외국 투자가들은 주택담보대출 부실에서 출발한 이번 사태가 신용파생시장과 자산담보부채권(CDO)을 비롯한 구조화채권,헤지펀드,차입매수(LBO·Leveraged Buy Out)를 통한 인수합병(M&A),그리고 글로벌 금융기관으로 확산되면서 자칫 전세계 신용경색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버냉키 의장이 이번 사태에 따른 금융기관 손실예상액이 500억~1000억달러 선이라고 밝혔지만 워낙 얽혀있는 곳들이 많고,모기지 가운데 80% 이상이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부담이 높아지는 ARM(Adjustable Rate Mortgage) 방식이어서 실제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신용경색에 안전자산으로 회귀하려는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이 겹치면서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투자한 외국 펀드들로선 보유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건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이미 뇌속에 입력된 '틀'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가령 주식투자에 있어서도 장 전망을 밝게 그리는 투자자라면 금리가 오르든 유가가 오르든 경기회복이라는 좋은 의미로 해석한다는 말이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위험자산이다.

'쏠림 현상'도 심하다.

지금 한국 증시는 사거리에서 황색등이 켜진 상태쯤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란불이 이어질지,아니면 빨간불로 바뀔지 모호한 시점이다.

이럴 땐 투자자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

신호등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단 자칫 커다란 사고를 낼 수도 있다.

강현철 증권부 차장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