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지난달 한국인 23명을 납치하기 5개월 전인 올해 2월 한국인에 대한 탈레반의 납치공격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5일 알려졌다.

파키스탄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아프간 정보부는 지난 2월 수감 중인 탈레반 고위층 인사가 외부와 가진 비밀통화를 도청했는데, 이 통화에서 외국인 납치의 `쉬운 목표물'로 한국인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문제의 통화에서 외국인 납치 얘기가 오가면서 `한국인은 쉬운 타깃'이라는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보부는 이를 카불에 있는 각국의 외교공관에 전파해 탈레반의 납치공격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있는 교민과 여행객들이 탈레반의 활동 지역으로 알려진 카이버 패스(Khyber Pass)를 이용한 양국 간 왕래를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인 의료봉사 요원 등 23명은 지난달 19일 가즈니 주의 카불∼칸다하르 고속도로 구간에서 탈레반 무장요원들에 납치됐다.

카이버 패스는 파키스탄의 북서변경 지방인 페샤와르에서 아프간의 수도 카불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육상 통로로, 해발고도가 1천30m에 달한다.

아프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최근의 한국인 집단 피랍 사태와 관련, "탈레반이 한국인을 처음부터 노린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현지인 가이드가 탈레반 측에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주 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 게시문을 통해 "아프간 인접국에 거주 및 여행하는 한국인에 대한 추가 납치 첩보가 입수되고 있다"며 해당 지역의 교민과 여행객들에게 신변안전에 더욱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슬라마바드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