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동안 굳게 잠겨 있던 '금녀(禁女)의 골프 성지(聖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3.6천638야드)에서 막을 올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불꽃타를 휘두르며 메이저 무관의 한풀이에 나섰다.

오초아는 2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6개를 골라내는 완벽한 플레이를 펼쳐 6언더파 67타를 쳐 오후 11시 현재 리더보드 맨 윗줄에 자리 잡았다.

올해 3승을 포함해 통산 12승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오초아는 이로써 '메이저 왕관없는 반쪽 1인자'라는 오명을 씻어낼 채비를 갖췄다.

따뜻한 햇볕이 내려 쬐는 가운데 악명 높은 바닷 바람이 숨을 죽인 현지 시간 오전 7시에 티오프한 것도 오초아에게는 행운이었다.

5번홀(파5) 버디로 포문을 연 오초아는 8번(파3), 9번(파4), 10번홀(파4)에서 줄 버디를 뽑아내며 선두로 올라섰고 15번홀(파4) 버디에 이어 남자 선수들에게는 '지옥으로 가는 길'로 불렸지만 파4홀에서 파5홀로 바뀐 17번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여 기분좋은 첫날을 마무리했다.

오초아는 "거의 바람이 불지 않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오늘은 정말 모든 샷이 다 잘됐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날씨가 좋은 덕에 상당수 선수들이 버디 사냥을 벌이고 있어 초반에 경기를 끝낸 오초아가 선두를 고수할 지는 미지수.
에비앙마스터스 출전을 고사한 채 이 대회 준비에 공을 들인 박세리(30.CJ)는 버디 4개와 보기 4개를 맞바꾸며 이븐파 73타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번(파4), 4번홀(파4)에서 잇따라 1타씩을 잃으며 부담스럽게 경기를 풀어간 박세리는 버디를 잡아내면 금세 보기로 타수를 잃는 답답한 플레이를 이어갔으나 14번홀(파5)과 17번홀(파5)에서 1타씩을 줄여 오버파 스코어는 모면했다.

논란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천만달러의 소녀' 위성미(18.미국 이름 미셸 위)도 이븐파 73타를 쳐 스스로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 1라운드를 마쳤다.

위성미는 4번(파4), 5번홀(파5)에서 연속 버디를 뽑아낸 데 이어 10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보태 그동안 부진을 날려 버리는 듯했다.

하지만 11번홀(파3) 보기에 이어 반드시 버디를 잡고 넘어가야 하는 14번홀(파5)에서 1타를 까먹은 뒤 16번홀(파4)도 보기로 홀아웃하면서 벌어놓았던 타수를 모두 잃고 말았다.

위성미는 "올해 들어 가장 플레이가 잘 된 날이었다"면서 "쉬운 퍼트를 몇차례 놓치기는 했지만 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뛰고 있는 루이제 프리베리(스웨덴)이 4언더파 69타를 때려 깜짝 2위에 올랐고 미야자토 아이(일본)와 레베카 허드슨(잉글랜드)이 3언더파 70타를 쳐 오초아에 3타 뒤진 공동3위를 달렸다.

한국 선수들은 생소한 코스에 적응이 늦은 탓인지 다소 고전했다.

1언더파 72타를 친 이정연(28)과 민나온(19) 등 2명만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를 절반 가량 소화한 이지영(22.하이마트)과 김인경(19)이 1언더파를 달리고 있지만 변수가 많은 코스라는 점에서 최종 타수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처지이다.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장정(27.기업은행)을 연장전에서 꺾고 우승한 나탈리 걸비스(미국)와 폴라 크리머(미국)도 이븐파 73타에 그쳤고 타이거 우즈(미국)에게 코스 공략 비법을 전수받았다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10번홀까지 이븐파로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