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전면 재검토해줄 것을 정부에 강력 요구하고 나섰다.

산업계의 풍부한 유동성과 해외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국내 금융권에서도 '글로벌 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내년 초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조차 금산분리정책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시점에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일 재경부와 금감위 등에 제출한 '금산분리정책의 문제점 및 정책개선방향' 건의서에서 현행 금산분리 규제는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금융-산업 간 공동대응 저해 △국내 민간자본에 대한 역차별 △기업의 적대적 M&A(인수합병) 불안감 조성 등의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금산분리 규제의 가장 직접적인 부작용으로 국내 민간자본 소유의 은행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들었다. 7대 시중은행의 주인은 모두 외국인(6개)이거나 정부(우리은행)라는 것이다.

특히 현행 규제대로라면 내년 4월 매각될 우리은행도 외국인이나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에 인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의는 둘째로 금산분리원칙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의 경쟁력이 낙후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실물 부문에서는 교역규모가 세계 12위를 차지할 만큼 성장했지만,금융부문은 상위 3개 은행의 자산규모가 미국이나 일본의 8분의 1,중국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만큼 '영세'하다는 것. 외환시장도 일일거래액이 싱가포르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상의는 지적했다.

상의는 특히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론자들이 주장해온 '금융기관의 재벌 사금고화 우려'에 대해 최근 주요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76.9%로 떨어졌고,보유 현금성자산도 40조원을 상회할 만큼 환경이 달라졌다고 반박했다.

상의는 오히려 이 같은 풍부한 유동성을 금융부문에 접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기업 M&A나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서 금융과 실물부문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는 또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 '적대적 M&A 방어' 차원에서 금융기관과 기업 간의 상호주식 보유가 활발하다"며 "금산법과 공정거래법상 금융기관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현재 금융산업의 독립성과 건전성은 금융감독장치,준법감시인제도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확립되어 있다"며 "과거의 부작용에 얽매이기보다는 산업계의 글로벌 경영을 돕고 정부의 당초 목표인 '동북아 금융허브'를 달성하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