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확실한 '호랑이 사냥꾼'이 된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호랑이 텃밭'에서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2일(한국시간) 오후 오하이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골프장(파70.7천455야드)에서 개막될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은 세계프로골프투어연맹이 여는 연간 네 차례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 가운데 하나로 총상금 805만 달러에 우승 상금이 무려 135만 달러에 이르는 초특급 이벤트이다.

출전 선수는 세계랭킹 50위 이내를 포함한 84명 뿐인 '별들의 파티'이고 컷이 없어 꼴찌를 해도 3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받는 '돈 잔치'이기도 하다.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에게는 안방이나 다름없다.

1999년 첫 출전한 이후 우즈는 작년까지 여덟차례 대회에서 다섯 차례나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한번도 4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사할리골프장에서 열렸던 2002년 대회 때 4위에 그친 우즈는 파이어스톤골프장에서 치러진 7차례 대회에서 5차례 우승과 준우승 한번, 그리고 공동 4위 한 번 등의 성적을 올려 파이어스톤골프장과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하면 우즈는 6차례 우승과 대회 3연패를 이루게 된다.

아무리 파이어스톤골프장이 우즈의 텃밭이라고 해도 최경주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최경주가 올린 시즌 두 차례 우승은 모두 우즈의 안방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시즌 첫 우승을 따낸 메모리얼토너먼트는 우즈가 "코스가 딱 마음에 드는 곳"이라며 3연패를 했던 뮤어필드빌리지골프장에서 열렸고 두번째 우승은 아예 우즈가 주최자로 나선 AT&T 내셔널이었다.

브리티시오픈에서도 최경주는 사흘 동안 선두권을 달리며 우즈를 압도했다.

우즈의 이름값에 주눅이 들 최경주가 아니라는 뜻이다.

높은 탄도에 정교함을 갖춘 페이드샷으로 무장한 최경주는 특히 그린 주변에서 버디나 파를 만들어내는 능력에서는 PGA 투어에서 최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명이다.

다만 2002년부터 작년까지 다섯 차례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 최경주가 2002년 공동 19위에 올랐을 뿐 50위 안팎으로 부진했다는 점이 걸린다.

하지만 최경주는 작년 대회에서 공동 22위를 차지해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공동 50위권에 머물렀던 부진을 다소 떨쳐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우승 경쟁이 우즈와 최경주 두 명 뿐은 아니다.

가장 무서운 선수는 브리티시오픈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따낸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이 꼽힌다.

세계랭킹 10걸로 군림하면서도 유독 미국무대에서는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해링턴은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계기로 본격적인 미국 본토 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캐나다오픈 2연패에 성공한 짐 퓨릭(미국)과 언제나 꾸준한 비제이 싱(피지), 그리고 재기의 조짐이 완연한 어니 엘스(남아공) 등도 경계 대상이다.

US오픈 챔피언 앙헬 카브레라와 브리티시오픈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고 곧바로 도이체방크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영건' 안드레스 로메로 등 '아르헨티나 듀오'도 눈여겨 봐야 할 선수들이다.

브리티시오픈에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와 손목 부상의 후유증에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필 미켈슨(미국)의 플레이도 관심사다.

유럽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양용은(35.테일러메이드)도 모처럼 최경주와 동반 출전한다.

지난해까지 7천360야드였던 파이어스톤골프장이 8번홀과 9번홀을 고쳐 7천455야드짜리 '괴물'로 변신한 것이 승부의 변수로 꼽힌다.

한편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중하위 랭커들은 같은 기간 네바다주 리노의 몽트뢰골프장(파 72.7천472야드)에서 열리는 리노-타호 오픈에서 63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놓고 격돌한다.

위창수(5.테일러메이드), 나상욱(23.코브라골프),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 등 '코리언' 세 명이 출전하고 올해 소니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킨 열여섯살 테드 후지카와가 프로 데뷔전을 갖는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