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외환위기 10년, 얻은것과 잃은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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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濟民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올해는 외환(外換)위기가 일어난 지 10년 되는 해다.
1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도 몇 차례 열렸다.
그러나 별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설명에 합의가 없다.
물론 합의는 없어도 다수설(多數說)은 있다.
위기에 대한 국내의 다수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중요한 근거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30대 재벌 중 8개가 부도 났다는 사실이다.
부도가 난 이유는 부채비율은 매우 높은데 수익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더 광범위한 현상의 일부였다.
당시 대다수 한국 기업은 부채비율은 높은데 자기자본이익률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을 밑돌아서 '가치 파괴'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예컨대 94년부터 96년까지 제조업 전체로 보아 자기자본이익률은 6.3%인데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11.4%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90년대 중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79년 이후 한 번도 제조업 자기자본이익률이 차입금평균이자율을 상회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97년 이전에는 외환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97년 위기가 일어난 것은 기업과 금융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단기 외채(外債) 때문이었다.
그리고 97년 8월 정부가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불보증을 했기 때문에,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아니라 정부가 단기외채에 비해 충분히 외화준비금을 갖고 있는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그만큼 외화준비금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위기의 원인에 대한 다수설은 틀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한국의 위기는 외채를 동결하고 환율을 올리는 것으로 수습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는 전면적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런 요구는 한국 자산을 외국인에게 헐값 방매(fire sale)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구조조정과 함께 요구한 고(高)금리 정책과 자본시장 완전개방도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결과를 놓고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IMF와 미국 재무부,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개도국 외환 위기를 수십 번 경험해 본 베테랑들이다.
구조조정,고금리 정책,자본시장 개방을 갑자기 시행했을 때 대체로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외자(外資)는 한국의 금융부문과 알짜기업의 소유권을 대거 헐값에 챙길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98년의 불황은 물론 그 뒤로도 투자 부진,양극화,출산율 하락 등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의 결과 한국이 얻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행태가 크게 바뀌었다.
이제 한국의 기업은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부가(附加)'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6.6%인데 자기자본이익률은 13.8%다.
재벌의 행태도 과거 식으로 돈을 빌려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 변화가 일어나는 데 꼭 IMF와 미국의 구조조정 요구가 필요했던 것인가.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8개 재벌이 부도가 났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기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과거 식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 시작한 결과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역사에서 반사실적(反史實的) 가정만큼 어려운 문제는 없지만,IMF와 미국의 구조조정 요구가 없었더라도 기업의 행태가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나쁜 짓이다.
그러나 남의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손해를 보고도 알지도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위기 10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냉철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
올해는 외환(外換)위기가 일어난 지 10년 되는 해다.
10주년을 맞아 학술대회도 몇 차례 열렸다.
그러나 별로 성과는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위기의 원인에 대한 설명에 합의가 없다.
물론 합의는 없어도 다수설(多數說)은 있다.
위기에 대한 국내의 다수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는 중요한 근거는 위기가 일어나기 전까지 30대 재벌 중 8개가 부도 났다는 사실이다.
부도가 난 이유는 부채비율은 매우 높은데 수익률은 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더 광범위한 현상의 일부였다.
당시 대다수 한국 기업은 부채비율은 높은데 자기자본이익률이 차입금에 대한 이자율을 밑돌아서 '가치 파괴'를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예컨대 94년부터 96년까지 제조업 전체로 보아 자기자본이익률은 6.3%인데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11.4%였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90년대 중반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기업은 79년 이후 한 번도 제조업 자기자본이익률이 차입금평균이자율을 상회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97년 이전에는 외환위기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97년 위기가 일어난 것은 기업과 금융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단기 외채(外債) 때문이었다.
그리고 97년 8월 정부가 민간부문의 외채에 대해 지불보증을 했기 때문에,기업과 금융의 부실이 아니라 정부가 단기외채에 비해 충분히 외화준비금을 갖고 있는지가 외환위기가 일어나는가를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그만큼 외화준비금을 갖고 있지 못했다.
이렇게 보면 위기의 원인에 대한 다수설은 틀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에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한국의 위기는 외채를 동결하고 환율을 올리는 것으로 수습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는 전면적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보면 그런 요구는 한국 자산을 외국인에게 헐값 방매(fire sale)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었다.
구조조정과 함께 요구한 고(高)금리 정책과 자본시장 완전개방도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결과를 놓고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IMF와 미국 재무부,그리고 그 배후에 있는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개도국 외환 위기를 수십 번 경험해 본 베테랑들이다.
구조조정,고금리 정책,자본시장 개방을 갑자기 시행했을 때 대체로 어떤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닌가.
어쨌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외자(外資)는 한국의 금융부문과 알짜기업의 소유권을 대거 헐값에 챙길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98년의 불황은 물론 그 뒤로도 투자 부진,양극화,출산율 하락 등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구조조정의 결과 한국이 얻은 것도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행태가 크게 바뀌었다.
이제 한국의 기업은 '가치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부가(附加)'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조업의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6.6%인데 자기자본이익률은 13.8%다.
재벌의 행태도 과거 식으로 돈을 빌려서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 변화가 일어나는 데 꼭 IMF와 미국의 구조조정 요구가 필요했던 것인가.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8개 재벌이 부도가 났다는 것은 위기의 원인이 되었다기보다 오히려 한국 정부가 과거 식 행태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기 시작한 결과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역사에서 반사실적(反史實的) 가정만큼 어려운 문제는 없지만,IMF와 미국의 구조조정 요구가 없었더라도 기업의 행태가 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나쁜 짓이다.
그러나 남의 잘못을 자기 탓으로 돌리고,손해를 보고도 알지도 못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위기 10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냉철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