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 (미야자토) 아이가 우는 걸 보니 마음이 안 좋네요"

23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선화(21.CJ)는 우승의 기쁨에 앞서 패자의 아픔을 먼저 보듬었다.

결승에서 맞붙은 일본의 '골프 영웅' 미야자토 아이는 지난 해 신인왕 자리를 놓고 이선화와 경쟁했던 사이.
신인왕 경쟁에서도 이긴 이선화로서는 이날 미야자토의 생애 첫 LPGA 우승 기회까지 빼앗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날 우승으로 '2년차 징크스'는 없음을 확실하게 알린 이선화는 "남은 대회를 잘 치러 지난 해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 내용.

--우승 소감은.

▲시즌 초반에 성적이 별로 좋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점점 퍼팅 감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많이 생기는 중이었다.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이번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우승을 해 앞으로 더 자신감을 얻게 될 것 같다.

--미야자토 아이와 결승에서 초반 홀을 주고 받았는데.

▲결승에서는 편한 마음으로 쳤다.

작년에 서로 많이 쳐봤고 신인왕 경쟁에서도 이겼기 때문에 자신감도 있었다.

상대가 초반에 실수를 몇 개 하면서 기회가 와 전반에 2홀을 앞설 수 있었다.

후반에는 다 같이 잘 쳐 서로 버디하면 버디로 맞받는 모양새였다.

--우승을 확신한 것은 언제였나.

▲14번 홀에서 보기를 해서 1홀 차로 쫓겼는데 바로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다시 2홀 차로 벌렸다.

그 부분이 컸던 것 같다.

--결승이 끝나고 미야자토와는 무슨 말을 나눴나.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았다.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보니 울고 있는 모습을 봐 마음이 안 좋았다.

일본 기자들도 많이 오고 응원단도 많았던 데다 첫 우승 기회였는데 놓쳐 속상한 것 같았다.

나이도 같고 루키 시즌도 같이 보낸 입장에서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된다.

착한데다 한국 선수들한테도 잘 하는 편이라 평이 좋은 선수인데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힘든 경기는 언제였나.

▲1회전이 가장 어려웠다.

4홀 남기고 3홀을 지고 있어서 탈락하는 줄 알았는데 남은 4홀을 다 이기면서 극적으로 올라갔다.

(김)미현 언니와 4강전도 힘들었다.

대선배라 부담이 많이 됐고 같은 한국 선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후반 들어 언니가 샷이 안 좋아져 이길 수 있었다.

끝나고 언니가 "결승에서 잘 하라"며 격려해줘 힘이 됐다.

--지난 해 우승했을 때는 좋은 꿈을 꿨다고 했는데 이번엔 어땠나.

▲올해는 꿈은 꾸지 않았다.

어제도 36홀을 돌았기 때문에 저녁에 일찍 쉬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던 것이 오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오늘 밤 비행기로 에비앙오픈 출전을 위해 프랑스로 이동한다.

이어서는 브리티시 오픈에 출전하는데 큰 대회가 이어지는 만큼 유럽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남은 대회를 잘 치러 지난 해보다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