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SK㈜의 분할안을 놓고 임시 주주총회가 열렸던 지난 5월29일.주총 결과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최종 평가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주총에 참석한 전체 주주의 79.67%가 SK㈜의 분할안을 승인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한 SK의 새로운 시작을 시장이 인정한 셈이다.

이제 재계 안팎에서는 SK가 '제3의 창업'을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제3 창업'으로 글로벌 도약

"SK는 2000년 이후 꾸준한 사업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생존 조건을 확보했으며,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시스템경영의 정착이라는 내부적 역량을 갖춰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도 실행 여건을 갖추지 못하면 꿈에 불과합니다."

최 회장이 주총 직후 그룹 사보인 'SK 매니지먼트' 6월호 메시지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밝힌 첫 공식 언급이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SK 내부에서만의 자화자찬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최 회장의 걱정은 기우였다.

이미 SK가 과거 유산을 사실상 완전히 털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시장의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2000년대 초부터 기업경영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의사결정 구조를 단일 의사결정(single decision-making)에서 다중 의사결정(multi decision-making) 구조로 바꿨다.

SK가 '제3의 창업'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SK 관계자는 "1953년 수원에서 소기업으로 시작한 SK그룹은 20여년 후인 1975년 '석유에서 섬유까지'를 명제로 한 '제2 창업'을 통해 에너지화학 및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이번에는 지주회사 전환으로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한 '제3의 창업'을 위한 초석을 다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중심의 수익기업으로!

말로만 다지는 '제3의 창업'이 아니다.

이미 체력도 다져놨다.

SK의 전 계열사는 최근 2년 연속 흑자로 돌아섰을 뿐만 아니라,지난해 제조업 수출 비중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50%를 넘기는 등 수출기업으로도 탈바꿈했다.

SK㈜에서 사업자회사로 분할된 SK에너지를 비롯해 SK케미칼,SKC,SK인천정유 등 SK그룹의 4개 제조회사는 지난해 15조149억원을 수출,전체 매출(29조8723억원) 대비 50.26%의 수출 비중을 기록했다.

특히 SK의 제조회사들은 수출심화형 기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년 전 계열사 중 제조회사들의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30.82%에 불과했으나 2004년 47.25%,2005년 48.86%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수익구조 역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수익구조로 바뀐 것.SK에너지,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SK그룹의 주요 3개 계열사들의 최근 실적을 보면 매출액 및 영업이익에서 전통적인 사업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SK에너지''휴대전화=SK텔레콤''무역=SK네트웍스' 등의 기존 등식이 깨지고 있는 것.SK에너지는 수출이 호조를 보인 화학사업과 석유개발사업 등의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의 경우 6%대에 불과하던 무선인터넷 매출 비중이 현재 4분의 1에 달하고 있다.

SK네트웍스 역시 인터넷 전화,자원개발,패션사업 등의 매출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이제 SK그룹은 '성장주도형 지주사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구조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최 회장의 말대로다.

SK 관계자는 "앞으로 계열사별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경영성과가 날 수 있도록 시스템경영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지주회사는 성장을 위해 잠재력이 있는 곳에 계속 투자하게 될 것이며,글로벌 성장을 위한 글로벌 포트폴리오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창민 기자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