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제3의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행복추구 경영의 명확화 △수출주도형 사업체계 확립 △연구개발 역량 강화 등이 개혁의 핵심이다.

기업경영 환경 변화를 앞서가며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은 물론 성장이 불가능 하다는 판단 아래 최태원 SK 회장은 점진적인 변화보다는 과감한 개혁의 길을 선택했다.

SK는 선진국형 지배구조와 기업문화를 갖춘 연구개발(R&D) 중심의 수출기업을 표방하며 기업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지배구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신용등급 상향

SK그룹은 지배구조와 관련한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고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기업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SK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해 오던 SK㈜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해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꾼 것.이에 따라 SK그룹은 2009년 6월까지 기존에 존재하던 복잡한 출자구조를 해소, 지주회사가 SK에너지,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E&S,SKC,SK해운,K-Power 등 7개 주요 사업회사를 거느리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수직출자구조로 단순화했다.

이로써 SK에너지는 에너지·화학의 고유 사업영역에 전념할 여건을 갖추게 돼 그동안 복잡한 지분구조로 인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받아왔던 디스카운트 요인도 해소됐다.

실제로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공식 출범한 7월2일,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Moody's)는 새로 분할되어 설립된 SK에너지에 대해 기존 등급(Baa3 Stable)보다 1등급 상향된 Baa2(등급 전망 Stable)를 부여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도 독립경영체제 확립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 지분구조 단순화 과정에서 보유해온 자회사 지분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건전성을 제고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SK그룹은 종전에도 이사회 중심의 시스템 경영으로 지배구조 개선의 모델로 주목을 받아 왔다.

이사회 중심의 독립·투명경영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중심 경영이 본격화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그룹 매출과 시가총액, 신용평가 기관들의 기업평가를 비교해 본 결과 큰 폭의 기업가치 상승효과로 연결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출

매출 절반이상 차지… 꾸준한 상승으로 성장견인

SK그룹은 지난해 제조업 수출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기면서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했다.

SK그룹에 따르면 SK에너지,SK케미칼,SKC,SK인천정유 등 그룹의 4개 제조회사는 지난 한 해 동안 15조149억원을 수출해 전체 매출(29조8723억원) 대비 수출 비중이 50.26%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수출이 처음으로 내수를 앞선 것이다.

특히 이들 SK그룹 내 제조회사들은 갈수록 수출지향형 기업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0년 전인 1997년 이들 제조회사의 전체 매출 대비 수출 비중은 30.82%에 불과했으나 2004년 47.25%, 2005년 48.86%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 처음으로 절반을 넘기는 등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962년 섬유업계 최초로 4만6000달러 규모의 인조견을 홍콩에 수출하면서 섬유수출시대를 연 SK그룹은 1976년 수출 1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2004년 100억달러,2005년 200억달러,2006년 264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수출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1962년 이후 44년 만에 수출이 57만배나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SK그룹이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1998년 SK 회장으로 취임한 최태원 회장의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력사업인 정유 및 자원개발 사업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정유와 자원개발 사업 등을 전담하는 SK에너지와 SK인천정유는 지난해 전체 매출 27조7881억원 가운데 14조1732억원을 수출해 수출 비중이 51%에 달했다.

올해 수출 전망도 밝다.

각 계열사가 조직이나 사업체계를 수출주도형으로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SK에너지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SK에너지의 해외사업을 진두 지휘하는 해외법인 'SKI(SK International)'를 신설하고 사업부문 내에 하위조직으로 존재하던 중국본부도 CEO 직속으로 별도 독립시키는 등 글로벌 사업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기업문화

이윤극대화 대신 행복 극대화… 나눔경영 실천

SK는 2004년 10월 '뉴 SK'를 표방하면서 이전까지 기업 이념이었던 '이윤 극대화'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극대화'로 바꿨다.

SK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SK의 경영이념이자 시스템인 'SKMS'를 개정해 '행복추구경영'을 명확히 했다.

이후부터 SK는 종전까지 직접적인 기업활동의 이해관계자였던 고객,임직원,주주는 물론 사회 구성원의 행복까지도 극대화하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

기업 내부에서만 기업경영활동을 바라보던 관점을 외부의 관점으로 확대시킨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2005년 9월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행복나눔의 계절'을 선포하면서 언급한 대목에는 최 회장이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경영의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당시 최 회장은 "SK에서 기업경영은 행복을 많이 만들어 나누는 것"이라며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소외계층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의 사회공헌활동도 이 같은 행복추구경영에서 비롯된다.

SK는 소외계층에게 일시적인 도움보다는 자활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기반구축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외계층이 생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자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는 판단 아래 일자리 창출 및 이를 위한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SK는 올해에만 2000여개의 행복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행복도시락 사업 △자동차 경정비 기술교육 프로그램 △장애학생 통합교육보조원 파견사업 △저소득층 보육시설 지원사업 △무료 IT교육센터 등의 사업을 강화키로 하고,올해 총 200억원 규모를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

◆기술

올 1조원이상 투자… R&D분야 대폭 강화

SK그룹은 미래 성장엔진 발굴을 위해 전사적으로 R&D(연구개발) 분야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SK가 폴리에스터 필름 국내 최초 개발,CDMA 세계 최초 상용화 등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던 것처럼 R&D를 통해 다시 한번 도약을 하겠다는 것이다.

SK가 창업 이래 최초로 올해 R&D 분야에 1조원을 투자키로 한 것도 이 같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SK는 그룹의 성장축이라고 할 수 있는 에너지화학·정보통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에너지·화학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 △차세대 융복합 통신서비스 개발 △첨단 신소재 개발 확대 △생명과학분야 등 R&D 핵심 투자 영역 확대와 상품화 조기 완성 등 R&D의 핵심 연구분야를 선정해 운영하고 연구인력 및 연구소 등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SK는 R&D 분야가 미래 성장동력을 업그레이드하고 그룹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방침 아래 1988년부터 국내기업에서는 처음으로 각 계열사의 최고 기술책임자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기술 전문회의인 'R&D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연구개발의 시너지를 확보하는 창구로 활용하여 '실질적·사업중심적 시너지 활동'을 펴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SK는 단순히 연구개발 중심인 R&D 개념에서 벗어나 연구 시작단계부터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에 착수하는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 시스템을 확대 발전시키고,글로벌 성장을 위한 원천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R&D분야에 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는 그룹 총 투자금액 7조원의 14%가 넘고 2003년 3000억원, 지난해 6000억원의 투자 규모와 비교할 때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