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에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소설들이 쏟아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 김훈씨의 '남한산성'(학고재)과 송수경씨의 '거미'(이지북스)가 나온데 이어 5월과 6월에는 신경숙씨의 '리진'(문학동네)과 김경욱씨의 '천년의왕국'(문학과 지성사)이 각각 출간됐다.

또 김홍신씨의 '대발해'(아리샘)와 김별아씨의 '논개'(문이당)가 오는 10일에 선보일 예정이다.

요즘 나오는 역사소설은 잘 알려진 인물보다는 역사 속에 잊혀진 인물들이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점이 특징이다

평론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사회 상황에서 삶의 지혜를 역사 속에서 찾으려는 독자들의 성향에 맞춰 역사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2004년 다빈치코드(베텔스만)가 국내에 번역돼 '대박'을 터뜨리면서 역사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Fact+Fiction)에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게 되자 작가와 출판사들이 국내 소설에도 이를 도입하게 된 것도 역사소설 붐의 이유로 꼽힌다.

◆달라진 내용과거 역사소설들은 역사적 사실 자체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요즘 나오는 역사소설들은 '이야기를 통한 주제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작가들이 일상에서는 장편소설의 무게를 감당할 만한 소재를 찾기 어려워지자 역사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역사 기록의 철저한 고증을 통해 쓰여지던 과거 역사소설에 비해 요즘은 역사책에서 한 두줄만을 따온 뒤 작가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작품을 풀어나간 경우가 많다.

김탁환씨의 '리심'(민음사)과 '리진'은 한국의 2대 프랑스 공사인 이포리트 프랑뎅의 회고록인 '한국에서'에 있는 'Li-Tsin'이라는 인물에 관한 한 쪽 반짜리 기록에서 시작됐다.

'천년의왕국'은 '하멜표류기'에 언급된 한 줄짜리 기록에 착안해 쓴 작품이다.

또 '거미'는 김해 대성동 57호 고분에서 가야시대 여전사로 추정된 유골이 발견됐다는 기사를 보고 쓴 소설이다.

'천년의왕국'의 작가 김경욱씨는 "요즘 작가들이 소재 확장의 차원에서 역사소설을 쓰다보니 '역사'는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할 뿐 그 안에 담고 있는 주제는 현재적인 의미가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상위권 진입지난해까지만해도 일본 소설들이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으나 이제는 역사소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남한산성'은 지난 4월 나오자마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6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총 판매 부수도 20만부를 넘겼다.

2005년에 나온 최인호씨의 '유림'(열림원)도 다시 인기를 끌며 베스트셀러 7위로 올라섰다.

같은 소재를 다룬 '리심'과 '리진'도 현재 나란히 10만부씩 팔려나갔다.

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장석주씨는 "과거 소설가들은 삶의 문제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현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작가가 드물다"며 "역사소설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런 작품이 나올 때까지 작가와 독자들이 갖는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