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결국 갈라서는 것 아니냐.'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에 검증 공방이 연일 불을 뿜자,당 안팎에서 이 같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선거법상 당 경선 후보로 등록을 하면,탈당해서 출마할 수 없다.

때문에 지난달 두 사람이 경선 후보로 등록했을 때만 해도 "분당 우려는 사실상 없어졌다"는 기류가 지배적이었다.

양 캠프도 분열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증을 둘러싸고 고소·고발전이 이어지는 등 '사생결단'식 전면전이 발생하자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다.

아직까진 설(說) 수준이지만,분열 시나리오가 그럴 듯하게 포장돼 나돌고 있는 것이다.

우선 경선(8월19일 예정)자체가 치러지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증을 놓고 법정다툼까지 벌어지면서 감정싸움이 격화돼 어느 한 쪽이 '불공정 경선'을 선언,판을 깰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이 전 시장을 둘러싼 부동산 의혹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그 불똥이 경선으로 튈 수 있다.

이와 관련,이 전 시장 측 이재오 최고위원이 8일 "경선이 40일가량 남았는데,검찰이 수사를 경선 자체가 이뤄질 수 없도록 만드는 데 악용한다면…"이라고 말한 것은 시사점이 크다.

경선 자체가 치러지지 못하면,경선 후보 등록이 무의미해지면서 두 후보의 각자 출마를 점칠 수 있다.

경선룰과 관련,쟁점인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 전 시장 측은 선호도(누가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냐)를,박 전 대표 측은 지지도(내일 투표한다면 누구를 찍을 것인가)를 각각 주장하고 있다.

어떤 문항을 택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최대 5~6%포인트 변할 수 있어 양측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선을 치렀다 해도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는 얘기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쌓인 양측의 깊은 상처가 덧나 패자가 지지세력을 이끌고 탈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자가 대선에 출마할 수는 없지만,범여권과 함께 큰 틀 차원에서 정계 개편을 촉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패자가 당 내에 잔류하면서 승자와 극한 대립을 벌일 수도 있다.

특히 승자가 여권의 집중적인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을 경우,패자가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면서 정면 충돌,분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여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다른 당과 싸우는 것보다 더 험악하다"며 "경선이 치러진다고 해도 적어도 패자가 승자를 도와주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


[ 이명박ㆍ박근혜 분열 시나리오 ]

◆경선(8월19일)자체가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 → 이명박·박근혜 각자 출마

◆경선 이후 감정싸움이 격해지면서 패자 이탈 가능성 → 범여권과 함께 정계개편 촉발

◆경선 이후 승자가 여권의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는 경우 → 패자, 후보교체 요구하면서 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