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世 < 연세대 교수·경제학 >

양극화 전성시대다.

참여정부 들어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 간의 격차가 늘었다는 소득 양극화가 자주 인용된다.

내수침체와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잘 되는 현상을 내수산업과 수출산업의 양극화라 부른다.

대기업은 유보 현금이 쌓여 가는데 중소기업은 도산직전에 몰린다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도 등장했다.

외견상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이 보이기만 하면 어김없이 이 용어를 갖다 붙인다.

재산,소득,소비,산업,기업의 양극화가 있다고 인정하더라도 그것이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소해야 하는 문제인지는 분명치 않다.

재산과 소득의 양극화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상인 데다 우리의 경우 대부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우리가 정말로 눈여겨 볼 대목은 노동의 양극화다.

학계는 540만명,노동계는 800만명이라고 주장하는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급여는 65% 수준이다.

생산성이나 능력의 차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대기업 정규직은 하루가 멀다 하고 파업을 일삼고 연봉 1억원이 넘는 직무그룹도 총파업으로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

노동시장의 양극화에는 노동 관련법,정규직 노조,노사정 관계,여야의 정치전략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달 초 비정규직법안이 발효되면서 이랜드가 비정규직 사원들을 용역업체 파견직으로 전환하는 이른바 '해고 후 재고용'을 추진하자 노조는 점거농성으로 맞서고 있다.

골프장 캐디,보험설계사,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법안을 여당이 발의하자 정규직 노조를 대표하는 단체는 이를 돕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

그런데 정작 특수고용직 당사자들은 그냥 지금처럼 살게 해달라며 손사래를 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이런 괴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근로자들 간에 관심사가 다르다.

대기업 노조,정규직,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노총의 관심은 정치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데 있다.

노조원들이 한·미FTA 반대 집회에 연일 참가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이 심해져 독과점 산업구조가 깨지면 임금압박과 고용 유연화로 자신들이 피곤해지리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와중에 하청업체의 희생은 늘어나고 국내 소비자들만 봉이 된다.

하청업체 근로자,비정규직,특수고용직,여성 및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조,대기업 노조,진보정당의 관심이 양극화의 다른 끝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정치적 투쟁의 명분으로 필요하기 때문은 아닌지 묻고 싶다.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이 그나마 일자리도 잃게 되리라는 것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었다.

특수고용직법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사자들은 보호의 결과를 원할 뿐 보호를 명분으로 자신의 잇속만 챙기고 떠날 '당신'들을 원치 않는다.

둘째,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보호의 양극화이다.

정규직은 충분히 보호받고 있음에도 더 강한 보호,더 많은 연봉을 요구하느라 해마다 몸살을 앓는다.

최소한의 보호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정작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들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현재 법제화가 추진 중인 교수노조도 그렇다. 일반 기업에선 개별노동자가 회사를 상대로 자신의 권익 침해를 대응하기 어렵기에 여러 노동자들이 모여 노조를 조직한다. 정당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사,교수,공무원은 특별법으로 신분을 보장받는다.

빛바랜 강의노트 들고 다니며 연구논문 한 편 쓰지 않아 학생들의 민원대상이 적지 않다.

이들에게 노조를 허용한다면 기존의 신분 보장을 약화하든지 교수들,교사들,공무원들 간의 내부 경쟁을 강화하는 조치들이 수반돼야 마땅하다.

해결의 핵심은 노동시장의 경쟁 확립에 있다.

고용조정이 어렵다면 임금체계라도 유연화해야 한다.

정규직이건 비정규직이건 연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직무와 생산성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성과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비정규직에 대해 기업이 고용안정 조치를 취하거나 교육훈련 투자를 늘릴 경우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과도한 보호와 임금을 누리고 있는 정규직의 양보가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