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기자님,제 돈 1억원 좀 찾아주세요! '대박 나게 해 준다'는 말만 믿었다가 7년동안 모은 적금을 몽땅 날렸어요." "석 달치 회원비로 300만원이나 받아 놓고는 문자 몇개 달랑 보내더라고요. 환불해 달라니까 자기에게 아예 계좌를 맡기면 200% 넘는 이익을 보장한다더군요."

지난 5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회원을 끌어 모으는 유사 투자자문사의 실태에 대한 기사가 나간 뒤 사흘 동안 이처럼 피해를 하소연하는 내용의 전화와 이메일을 수십여통이나 받았다. 그중에는 "내 돈,내 돈 찾아 달라"며 막무가내로 울면서 수화기에 대고 소리치는 중년 여성이 있었고,3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은 1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렸다는 20대 청년도 있었다. 친구와 함께 아내 몰래 유사 투자자문사 회원으로 가입한 뒤 퇴직금 2억원을 주식에 투자했다는 한 60대 남성은 "원금 까먹은 것도 모자라 3000만원의 빚까지 졌다"며 "도박과 빚보증,주식 투자는 절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연은 저마다 달랐지만 손해를 입게 된 과정은 거의 비슷했다. 주변에서 주식 투자로 원금의 몇 배를 불렸다는 풍문을 듣고 '나도 대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정보 수집을 위해 찾아간 투자설명회에서 '300만원만 내면 당신만을 위한 고수익의 비밀을 알려 준다'는 말에 아낌없이 일시불로 회원비를 결제했다. 하지만 대박은 없었고,수익이 나지 않으면 환불을 보장한다던 투자자문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발뺌했다.

피해를 호소하던 사람들이 가졌던 꿈은 오직 단 하나,'주식 투자 대박'이었다. '장기 투자','가치 투자'는 너무나 멀고 어려운 얘기였다. 그 때문에 달콤한 언변과 거침없는 차트 설명으로 대박을 약속하는 유사 투자자문사의 투자 권유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으로 파고들 수 있었다.

국내 증시가 시가총액 1000조원 시대를 맞으며 선진 금융시장을 향해 나아간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주식을 로또로 생각하는 투자자들과,이들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는 일부 집단이 우리 증시의 발목을 여전히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아 증권부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