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주기 네거티브 선전'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일까.

8년을 기다려온 강원도 평창의 꿈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가운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이하 세계육상) 유치전의 성공이 평창의 실패에 어떤 영향을 미치진 않았는지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사실 아시안게임 개최지를 결정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세계육상 개최도시를 정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회는 동.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OCA와 IAAF 집행이사회 내에 IOC 위원직을 보유한 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세 기구의 메커니즘은 엄연히 독자적으로 돌아간다.

지난 3월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IAAF 집행이사회에서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 개최지로 결정되고, 4월17일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OCA 총회에서 인천이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정해진 직후 평창 유치위원회가 두 도시의 성공을 축하하면서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인천은 뉴델리(인도)를 상대로 32대 13으로 압승을 거뒀고 대구도 모스크바(러시아), 브리즈번(호주)과 3파전에서 여유있게 승리했다.

다만 세계육상은 2011년과 2013년 대회 개최지가 패키지로 결정돼 2013년은 모스크바의 몫으로 돌아갔다.

당시 2011년 투표에선 대구와 모스크바, 브리즈번이 16대 7대 2로 표를 나눠 가졌다.

외형적인 연관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천, 대구의 성공이 평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을 쉽사리 지울 수 없는 것은 국제 스포츠계에 관행적으로 남아있는 `안배의 원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양대 스포츠 이벤트인 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가 명문 규정엔 없지만 대륙별 순환 개최의 관행을 고수하고 있고, 각기 다른 이벤트라 하더라도 메이저급 대회를 한 대륙 또는 특정 국가에 몰아주는 것을 `금기시'하는 경향도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과 동계올림픽이 같은 해에 열리고 세계육상도 시기적인 차이는 있지만 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와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리고 있다면 세 개나 되는 메이저 이벤트를 같은 나라에 몰아준다는 게 마음을 정하지 못했던 IOC 위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이나 `보이지 않는 거부감'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치전 막판까지 경쟁 도시들이 올해 들어 한국의 스포츠 이벤트 `독식'에 반기를 드는 네거티브 전략을 끈질기게 구사한 것도 사실이다.

또 2007년 일본 오사카 세계육상과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2010년 광저우 하계 아시안게임이 잇따라 열리게 돼 동북아시아에 메이저 스포츠 대회가 지나치게 편중되는 것을 경계한 유럽계 표심의 견제도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패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