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경제부총리의 과잉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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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파격 변신'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은행장들과의 오찬 간담회 얘기다.
그는 그 자리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당국자라기보다는 은행 경영 컨설턴트처럼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어땠기에 이런 얘기가 나올까.
권 부총리는 은행장들에게 우선 해외진출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주요 은행들은 선진 은행들이 선점해 우리의 기회가 상실됐으나 우량 도시은행에 대한 투자기회는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동구권은 다수의 유럽은행들이 동반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우즈베키스탄 등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권 부총리의 이 같은 '친절'에 상당수 금융계 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우선 중국 내 주요 은행들에는 기회가 아예 없는지,한국의 지방은행 정도에 해당할 중국의 우량 도시은행에는 진짜 투자기회가 있는지,권 부총리가 어떤 근거로 적시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 같은 권 부총리의 발언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과없이 국내외 언론에 배포됐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의 주요 은행은 선진 은행이 선점했다'는 말은 중국 입장에선 '중국의 금융 주권이 외국에 넘어갔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발언도 자칫 그 나라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수도 있다.
우리보다 좀 나은 국가 재무장관이 '한국 지방은행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물론 권 부총리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물심 양면으로 은행을 그렇게 지원해 줬는데도 국내에 안주해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은행 경영 컨설턴트가 아니라 한국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다.
은행들의 쏠림현상을 '구성의 오류'로 몰아 질타하기 앞서 '신중하지 못함의 오류'는 없었는지 먼저 살펴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
지난 26일 은행장들과의 오찬 간담회 얘기다.
그는 그 자리에서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당국자라기보다는 은행 경영 컨설턴트처럼 보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어땠기에 이런 얘기가 나올까.
권 부총리는 은행장들에게 우선 해외진출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주요 은행들은 선진 은행들이 선점해 우리의 기회가 상실됐으나 우량 도시은행에 대한 투자기회는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 "동구권은 다수의 유럽은행들이 동반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지만 우즈베키스탄 등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고 외자를 유치하는 초기 단계에 있으므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권 부총리의 이 같은 '친절'에 상당수 금융계 인사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우선 중국 내 주요 은행들에는 기회가 아예 없는지,한국의 지방은행 정도에 해당할 중국의 우량 도시은행에는 진짜 투자기회가 있는지,권 부총리가 어떤 근거로 적시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물론 이 같은 권 부총리의 발언은 보도자료를 통해 여과없이 국내외 언론에 배포됐다.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의 주요 은행은 선진 은행이 선점했다'는 말은 중국 입장에선 '중국의 금융 주권이 외국에 넘어갔다'는 말로 해석될 수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발언도 자칫 그 나라의 민족주의를 자극할 수도 있다.
우리보다 좀 나은 국가 재무장관이 '한국 지방은행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물론 권 부총리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은 없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물심 양면으로 은행을 그렇게 지원해 줬는데도 국내에 안주해 있으니 이렇게라도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은행 경영 컨설턴트가 아니라 한국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다.
은행들의 쏠림현상을 '구성의 오류'로 몰아 질타하기 앞서 '신중하지 못함의 오류'는 없었는지 먼저 살펴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