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를 비롯한 4개 완성차 업체 노조가 금속노조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 반대 파업과 관련해 파업 일정을 축소하는 등 '자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 지부가 25∼27일 예정된 권역별 2시간 부분파업을 철회키로 결정한데 이어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도 한미 FTA 반대파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번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파업이 명분없는 정치파업이며,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불법파업이라는 비난 여론 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조합원들 사이에 '파업 반대 서명운동'이 전개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대차 지부는 지난 24일 간부회의를 열어 25∼27일 권역별 2시간 부분파업을 철회하고, 전국 단위로 전개되는 28일 4시간 파업, 29일 6시간 파업에만 예정대로 참여키로 했다.

또한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도 부분파업에 참여하되, 그 명분을 '한미 FTA 반대'로 내걸지 않고 '임금협상 또는 임단협 촉구'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아차[000270] 지부는 현대차 지부처럼 25∼27일 권역별 부분파업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이미 예고된 27일 '중앙교섭 및 임금협상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28∼29일 예정된 전국 단위의 파업에는 참여한다.

기아차 지부 관계자는 "오는 27일 고용안정 및 임금투쟁과 관련한 조합원 총회가 예정돼 있다"며 "따라서 27일 조합원 총회를 겸해 2시간 동안 부분파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GM대우 지부는 25일 군산공장, 26일 부평공장, 27일 창원공장 순으로 2시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는 한미 FTA 반대파업이 아니라 '임금교섭 전진대회'라는 게 GM대우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27, 28일 양일간 계획된 전국 단위 파업에의 참여여부는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GM대우 관계자는 "매년 임금교섭에 앞서 노조 지도부가 공장을 순회하며 임금교섭 상황을 설명하는 전진대회를 가져왔다"며 "따라서 이를 부분파업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쌍용차[003620] 지부 역시 25∼29일 닷새간 예정된 파업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쌍용차 지부는 평택공장의 부분파업이 예고된 26일 오전 대의원 간담회를 갖고 파업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결정할 예정이다.

금속노조의 '부분파업 지침'에는 따르되, '한미 FTA 반대'를 위한 부분파업을 전개할 지, 임금협상을 앞으로 내세울 지를 정한다는 것이다.

쌍용차 지부 관계자는 "내일(26일) 부분파업을 할 예정이나, 세부사항은 아침 대의원 간담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또한 28, 29일 파업 역시 동종사의 상황 등을 감안해 그때그때 지침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노조 관계자는 "각 완성차 업체 노조의 현 상황이 비슷하지 않겠느냐"며 "정치파업과 관련해서는 현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태인 만큼 애로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