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800시대가 열렸지만 은행주를 가진 투자자들의 심기는 영 불편하다.

최근 활황장에서 은행주가 철저히 '왕따'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업종지수는 지난 2월 한 달 동안 11% 이상 급등하며 반짝 했지만 이후 4개월째 게걸음이다.

증권사들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앞세워 은행 예금을 잠식하고 있는 데다 대출 성장세도 한풀 꺾이는 등 이익 증가 속도가 예전만 못한 것이 은행주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이익모멘텀은 당분간 약하겠지만 주가가 과도하게 떨어져 있고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서서히 줄어드는 등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에는 주가가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외당한 은행주

6월 들어 코스피지수가 1700에서 1800선까지 줄달음치는 동안 은행업종지수는 불과 0.5% 오르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과 신한지주는 이달 초 연중 고점을 잠깐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 2월 고점 대비 각각 15.3%,17.2% 하락한 상태다.

증권주 보험주 등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임일성 메리츠증권 팀장은 "은행 실적이 1분기 정점에 달한 후 하향 추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중소기업 대출 경쟁 격화로 순이자마진이 약세를 보인 점 등이 은행주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CJ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은행권의 저원가성 예금이 총예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0%로 3월 말에 비해 1.2%포인트 떨어졌다.

저원가성 수신 감소는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삼성증권은 최근 국민 신한 하나 등 5대 은행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0.5%와 1.2% 하향 조정했다.

◆하반기 반등 모색할 듯

악재가 모두 노출됐다는 점에서 은행주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있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0.11%포인트 하락했던 순이자마진은 2분기에는 하락폭이 0.02∼0.03%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외환은행 등 인수·합병(M&A) 이슈가 재부각되면 과도하게 하락했던 은행주의 재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세는 과거보다 둔화됐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이익이 가능하다는 것이 은행주의 장점"이라며 "하반기부터 순이자마진 하락폭이 줄면서 이자이익은 소폭이나마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은행업종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반면 조병문 한누리투자증권 리서치헤드는 "하반기에도 은행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고 M&A 움직임도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어 은행주 소외 현상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은행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