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주가 상승 속에 우량주 '품귀'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주식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축소,장기투자 문화 정착 등으로 우량주 유통물량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의 대규모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주식 수요는 급증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주식자산에 대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식 품귀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일 증권선물거래소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포스코 국민은행 한전 등 시가총액 상위 13개 종목의 최근(18일 기준) 유통주식 수는 2003년 말에 비해 평균 6.3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과 신한지주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과 외국인 비중을 제외한 유통주식 비중은 2003년 말 48%대였지만 최근 29%대로 급락했다.

약 3년반 만에 유통물량 비중이 18%포인트 이상 급감한 것이다.

또 SK㈜와 SK텔레콤도 외국인 보유 비중 증가와 자사주 취득 확대 등으로 인해 유통물량 비율이 각각 15%포인트와 10%포인트 줄어들었다.

공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전자도 6%포인트 이상 유통물량 비율이 감소했다.

이처럼 유통주식 수가 크게 줄어든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다.

대주주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량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이들 13개사의 자사주 매입 물량은 지난해 1조8057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만 3조4827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상장사들이 50조원 이상의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면서 유상증자처럼 증시를 이용한 자금 조달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실제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는 1999년 33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보인 이후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다가 2003년 7조1664억원,2006년 2조389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 들어 이미 실시했거나 예정된 유상증자 규모는 1조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본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증시에 큰 영향을 주는 대규모 기업공개도 줄어드는 추세다.

이처럼 주식 공급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수요는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 1월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채권형 펀드 수탁액을 뛰어넘은 데 이어 현재는 주식형 수탁액이 채권형보다 13조원이나 더 많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의 주식투자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퇴직연금제 등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주식 수요는 이전보다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이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현대중공업과 SK㈜의 경우 유통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던 종목"이라며 "우량주 품귀 현상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본질 가치 이상으로 상승 탄력을 받는 종목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