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민단체들이 현대자동차 노조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파업 저지에 본격 나섰다.

울산의 140여 시민·사회·경제단체로 구성된 '행복도시 울산 만들기 범시민협의회'(행울협)는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 지부가 불법 정치파업을 강행하면 울산시민 30여만명이 파업 저지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행울협은 "한·미 FTA 비준 반대 파업은 근로자 권익과 전혀 관계없는 불법 행위"라며 "파업을 하면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울협 공동 위원장인 이두철 울산상의 회장은 "울산 시민들은 현대차 노조 설립 이래 무려 20년간 노조 파업 때문에 고통을 겪어왔다"면서 "중소 협력 업체들까지 도탄에 빠뜨리는 파업의 악순환을 더 이상 보고만 있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행울협은 금속노조 서울본부 항의 방문과 범시민 거리 홍보전,현대차 앞 피켓 시위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파업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도 파업 자제를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는 등 파업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전직 소위원 의장이자 현장 노동조직의 한 간부인 A씨는 '파업 결정은 조합원 총회로 해야 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통해 "지금 세상은 온통 현대차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가족 친지조차 비난한다"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현대차 일선 영업소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렌터카 회사와 150대짜리 계약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해당 회사 사장이 '현대차가 아직 정신 못 차렸다.

차를 사주면 안 된다'며 계약을 파기했다"는 사연의 글을 올렸다.

다른 조합원은 "20년 만에 만난 친구가 '너희 같은 대기업에서 자꾸 그러니까 더 살기가 힘들다'고 면박을 주더라"며 파업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합리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현대차 신노동연합은 조합원 찬반 투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신노련은 이를 위해 온건파인 다른 현장 노동조직 2곳과 연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창곤 신노동연합 대표는 "조합원 찬반 투표도 없는 이번 파업은 절대 해선 안 되고 정 하려면 노조 간부 파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원들이 파업 반대에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민노총 산하 최대 강성 노동조직을 자임해 온 현대차 지부로선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시민단체는 물론 노조 내부의 이 같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상욱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노조 소식지를 통해 파업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지부장은 이어 이날 저녁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FTA 반대파업을 정치파업이라고 하지만 우리 노동자는 생존권이 걸린 투쟁"이라며 "파업에 예정대로 참여하고 이후 추가파업이 계획되면 또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해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통해 이미 한·미 FTA 저지 투쟁 입장이 가결된 바 있어 대의원 대회를 거쳐 이번 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