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 盈 敎 < 동국대 총장 youngfive@dongguk.edu >

"소년은 쉬 늙고 배움은 이루기 어렵나니/한 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못가에 돋아난 봄풀의 꿈 미처 깨닫기도 전인데/뜰 앞의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라."

주희(朱熹 1130~1200)의'학문을 권하는 시'다.

배움도 다 때가 있으니 젊은 날 부지런히 공부해야 한다는 뜻인데,만고불변의 진리다.

우리 인생도 다 과정과 단계가 있다.

공부에 매진하라는 주희의 권유는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준비하고 도전하라는 말이다. 도전은 젊음의 미덕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도전은 수많은 실패를 예상해도 자기 길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의 발걸음은 언제나 씩씩하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간다. 젊은 날의 만족 없는 탐구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시행착오조차 도움되는게 젊은 날의 도전정신이다.

그러나 나이 들어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될까.

이 문제는 전 지구적인 노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평균수명이 점차 늘고 은퇴 이후의 시간도 길어지고 있다. 노인인구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후속세대들의 경제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져갈 것이다. 2050년께는 치매인구가 1억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제 노령인구의 생산적 활동을 유도하는 사회환경을 만드는 일이 시급하며,노인들도 스스로 새로운 삶을 개척하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흥미로운 소식들이 곧잘 들린다.

한국의 60대 산악원정대가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고,손녀와 함께 대학을 졸업하는 95세 미국 할머니도 있다. 사소한 듯하지만 사람의 코끝을 울리는 아름다운 도전도 많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례가 하나 있다.

교직에서 은퇴한 60대 중반의 할머니가 23일간 혼자서 국토종단 도보여행을 하고 '내 나이가 어때서'란 책을 냈다. 이 책에는 재미있는 극적 반전이 있다. 혼자 여행하면 남편이 반대할 것 같아서 산악회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다고 거짓말을 했는데,남편이 이를 알고 중도에 찾아가 배신당한 아픔을 절절하게 토로했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험한 일을 하는 거냐는 칠순 남편의 하소연에 아내는 간절한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혼자 먼 길 떠나보는 게 모든 여자의 꿈"이라고. 그러면서 남편을 끌어안고 함께 울었다.

그 문장에 눈이 박혀 가슴 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여인들이 대자연과 고독하게 마주서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언제나 누구의 딸이며,누구의 부인이고,누구의 엄마인 여인들…. 그녀는 할머니가 돼 '모든 여자의 꿈'을 용감하게 실천했다.

자기를 찾는 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말하면서….

황안나 할머니, 올해 예순일곱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