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이나 첨단 제품의 경우 고객을 구분하는 연령의 상한선을 50세로 정하는 게 마케팅의 일반적 전략이다.

이 때문에 베이비부머를 축으로 하는 50세 이상 시니어계층은 지금까지 마케팅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었다(정지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면 돈을 적극적으로 쓸 줄 아는 부유층의 폭이 확대되면서 시니어 마켓은 이제 틈새시장이 아니라 황금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베스펜더(investor+spender)'로 특징되는 이들은 과감한 투자와 소비로 산업지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시니어산업(고령친화산업)의 시장 규모가 2002년 12조8000억원에서 2010년 43조9000억원,2020년에는 148조5000억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건설에서 금융 레저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에 걸쳐 시니어 마켓 빅뱅이 나타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8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는 앞으로 신성장 동력에 목말라하는 국내 산업계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던져줄 것이 분명하다(염기훈 시니어 파트너즈 대표).

◆3만달러 시대의 신 성장동력

대한상공회의소는 2010년부터 10년간 시니어계층의 구매력에 힘입어 정보통신(25.1%) 여가(13.7%) 금융(12.9%) 의료기기(12.1%) 주택(10.9%) 요양(6.6%) 등이 기존 산업의 연평균 성장률 4.7%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했다.

3만달러시대를 열 신성장동력이 시니어산업에서 나오며 특히 정보통신 레저 보험 분야가 빅뱅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정보통신부 조사에 따르면 2006년 인터넷 이용 증가율을 50대가 주도했다.

50대의 이용률은 42.9%로 20대의 98.9%에 훨씬 못 미치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30대의 2~3% 선보다 높은 7.2%에 달했다.

개호의 집(장기요양) 찾기,구루나비지 시니어(음식점 소개) 등 시니어를 위한 전문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점차 유료화 단계로 발전해 가는 일본의 예를 봐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복지부가 작성한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전략 보고서도 시니어계층의 산업별 비중이 여가산업은 2002년 5.4%에서 2020년 15.5%,금융산업은 1.5%에서 5.8%,그리고 정보산업은 0.1%에서 7.5%로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절대적 수치는 떨어지지만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내국인 해외여행객의 23.5%가 시니어 계층이며,생명보험 가입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계층 또한 이들이란 보고서도 나왔다.

◆충동구매 유도전략은 실패


하지만 대량생산 대량마케팅 대량유통 등 기존의 비즈니스 개념으로 시니어 마켓을 접근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부유한 베이비부머들은 개성이 강해 그만큼 까다로우면서도 '숙련된 소비자'기 때문이다.

충동구매 전략으로 50,60대에 접근하면 승산이 없다.

노인의 냄새를 풍겨도 실패한다.

일본의 유명 화장품 회사인 시세이도는 1997년 '아름다운 50대가 늘어나면 일본은 변한다'라는 광고카피를 통해 시니어용 제품을 판매했다 낭패를 봤다.

50대 이상 여성들이 '50대'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세대와 연령을 뛰어넘는 감성적 컨셉트로 시니어 마켓을 공략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들은 단카이세대보다 소비문화에 보다 공격적이다.

일본 시니어커뮤니케이션이 양국의 50,60대를 대상으로 '상품 구입 후 불만 대응 방식'을 조사한 결과,일본인은 '두 번 다시 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고 소극적으로 답한 반면 한국인은 '즉각 교환 또는 반품 요구'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60,70대를 대상으로 한 적당주의 상술로는 시니어계층의 마음을 잡기 어렵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한국 베이비부머의 파워는 일본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700만명에 이르는 386세대(1965~1975년생)가 베이비부머의 뒤를 잇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고령화가 일본보다 늦게 시작되었지만 그 속도를 감안하면 시니어 마켓의 성장세는 최소 20년 이상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백화점 명품시장은 이미 시니어계층이 점령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 들어 50,60대 매출 비중이 42.3%,현대백화점도 44.0%로 절반에 육박했다.

동시에 차기 시니어계층인 40대도 27% 수준을 유지,시니어 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금부터 시니어 마켓을 파고들기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남국/장진모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