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니어 해외여행 전문회사인 '로열로드긴자'.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가 올해부터 퇴직하는 단카이 세대(1947~1949년생)를 겨냥,설립한 이 회사는 1인당 260만엔(약 2000만원)인 초고가의 세계일주 크루즈 상품을 판매해 매진 기록을 세웠다.

일본 전국에 골프장을 100곳 이상 갖고 있는 퍼시픽골프 매니지먼트는 단카이 세대 부부가 회원권을 공동 구입하면 가격을 절반으로 깎아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할인 전략으로 이들에게 접근하는 피트니스센터 스키장 등도 늘고 있다.

단카이 세대가 들고 나올 퇴직금이 한 해 세입 예산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유통업체는 물론 금융회사와 레저업체들이 이들에게 판촉의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가 이미 소비시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대 대중 서적 출판업체인 펭귄그룹과 사이먼&슈스터사는 인기 작가들의 베스트셀러를 글자 크기와 행 간격을 늘려 다시 출판하고 있다.

지금까지 책의 세로 길이는 171.5mm였지만,최근 선보이고 있는 책들은 190.5mm로 19mm가량 커졌다.

베이비부머들의 경제력이 서적의 판형마저 바꾸고 있는 것이다.

메이시스 블루밍데일스 등 유명 백화점들은 매장에 안락의자와 소파를 배치한 뉴실버 코너를 설치했다.

부유한 50~60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향수 마케팅도 인기다.

경영 위기에 처한 미국자동차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복고풍 전략을 동원한 게 대표적인 예다.

포드는 세단형 '인터셉터'와 레저용 '에어스트림',GM은 시보레 카마로의 오픈카 변형 모델을 들고 나와 주고객층인 50~60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도 한국전쟁 탓에 그 시기는 10년 정도 늦었지만 이제 부유하면서도 국민연금의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는 800만명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 주택이나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된 이른바 '웰시 시니어(wealthy senior)' 계층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소비혁명을 유도해 나갈 것이다.

실제 BC카드가 지난 한 해 동안 고객들의 카드 이용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30대의 카드이용액 비중은 전년 대비 2.2%포인트 줄어든 반면 50대의 비중은 1.7%포인트 늘어났다.

50대 이상 시니어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서서히 부상하고 있는 신호다.

부를 바탕으로 소비와 투자에 적극적인 인베스펜더(invespender:investor+spender의 합성어)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하영춘/도쿄=차병석 특파원/장진모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