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 실현에 치중해온 기관투자가들이 조정장을 기회로 삼아 '매수 모드'로 방향을 틀고 있다.

최대 매도 세력이던 투신이 7개월 만에 매수 우위로 전환했으며 은행도 이번 주 초부터 뒤늦게 '사자' 대열에 합류하는 모양새다.

증권사들은 한 달 넘게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관들의 매수 전환은 외국인 매물 폭탄을 받아내면서 우리 증시의 낙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투신은 작년 12월부터 6개월 동안 10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차익 실현에 치중했지만 이달 들어 뚜렷한 매수 우위다.

투신권의 '사자'는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됐다.

당시 투신은 하루 동안 2300억원어치를 사들였고 코스피지수도 38포인트 급등으로 화답하며 단숨에 1700대로 올라섰다.


최근 3개월간 1조3000억원을 매도한 은행도 이번 주 초부터 뒤늦게 매수 대열에 합류했다.

글로벌 긴축 강화 조짐에 따른 조정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26포인트 급락한 지난 8일부터 매수로 전환,이후 4일 동안 1137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연속 매수로는 올 들어 최대 규모다.

증권사들은 2월부터 13주 연속 매수 행진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9일 이후 24거래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수를 지속 중이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자기자본투자(PI)를 확대 중인 증권사들이 활황장을 이용해 수익률 제고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양정원 삼성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형펀드로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경우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펼치더라도 투자 주체 간 순환매가 전개되면서 지수 조정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투신의 매수 가담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세의 방향을 결정지을 만큼 매매 규모가 커 투신 매수 종목의 주가가 탄력적으로 움직일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투신권이 매도 중인 조선 은행주는 상승 탄력이 크게 꺾였고 매수에 나선 정보기술(IT) 자동차 증권주 등은 뚜렷한 오름세다.

투신권은 매수 전환한 지난달 31일 이후 약 2주 동안 삼성전자를 2611억원어치 사들여 순매수 1위에 올렸고 하이닉스 삼성전기도 꾸준히 매수했다.

또 우리투자(521억원) 삼성(400억원) 대우(282억원) 대신(167억원) 한화(155억원) 등 대형 증권주를 대거 순매수했다.

반면 조선 해운주는 처분에 주력했다.

삼성중공업을 716억원어치 판 것을 비롯 한진해운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이 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우리금융(-747억원) 국민(-304억원) 기업(-127억원) 등 은행주도 대거 처분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소외돼온 삼성전자 현대차 등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과 증권주를 공격적으로 매수 중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광엽/김남국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