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주택공급 및 도시계획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A팀장과의 점심약속을 위해 별관 청사에 있는 사무실을 찾았다. A팀장을 만나 별관 청사를 빠져나오는데,마침 다른 사무실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그의 직속 상관 B과장을 만났다. 그를 보자 A팀장이 대뜸 건네는 인사말. "과장님,오래간만입니다."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두 사람이 이런 인사를 나누는 게 이상해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침 8시 출근해 점심시간이 돼서야 처음으로 얼굴 마주쳐서요"라는 대답. "오세훈 시장 취임 후 회의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사무실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예요. 바로 옆자리에 있는 부하직원 얼굴 보기도 힘든데 직원들의 업무평가는 또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지…."

'3% 퇴출제'로 공직사회에 인사 혁신 바람을 일으켰던 서울시가 매달 상시기록평가시스템을 도입키로 했다. 반기에 한 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업무평가를 한 달에 한 번씩 실질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새 인사시스템의 적용 대상자인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귀찮은 일만 늘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업무시스템은 비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는데,인사시스템만 바꾸면 뭐하냐"는 불만이다. 대표적으로 꼽는 게 자기 업무와 상관없는 회의가 전임 이명박 시장 때보다 훨씬 많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오 시장의 인사실험을 오 시장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고 인식하는 것도 문제다. "인기를 의식해 환경이나,디자인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정작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해 필요한 주택공급은 위축시키고 있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상당수 민간 전문가들은 "인사 쇄신안이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다. 결국 인사 쇄신안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오 시장이 시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얼마나 잘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시 공무원들의 평가처럼 귀찮은 일 하나만 더 생긴 것에 불과할 뿐이다.

송종현 사회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