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德培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호황에 덩달아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KOSPI가 처음 1600선을 넘어선 이후 한동안 조정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불과 20일 만에 1700선을 훌쩍 돌파했다.

코스닥도 5년 만에 700 고지에 안착했다.

국내 증시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나친 과열 상태라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증시 활황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북핵문제,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중국 금리인상 등 대외 충격에 대한 걱정이 많이 사라진 가운데 증시 주변 여건이 크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저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투자에 대한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거래 빈곤 속에서 가격증가율이 크게 둔화되는 불안한 모습을 나타낸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 의지가 효력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동산이 더 이상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자산이라는 인식이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둘째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젖어 있던 투자자의 위험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일정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위험인수(risk-taking) 자금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최근 은행 예금으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하는 대신 적립식 주식형펀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셋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체질 개선으로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상황에 따라 기업들의 매출액이 크게 변동하나 매출액경상이익률 등 수익성 지표들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부채비율 등 재무구조 건전성 지표들은 이미 선진국 수준을 넘어선 상태다.

넷째 제도적으로도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법률을 통합하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조만간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금융회사가 은행·보험을 제외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본격 투자은행업 시대가 도래될 전망이다.

이는 증권투자의 다양성을 높여 주식 수요 기반을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머지않아 국내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할 시점에 직면하는 우리나라의 현 증시 환경은 과거 미·일 주가의 '대세상승기'와 비슷하다.

일본과 미국의 주식시장은 저금리기조,간접투자문화 정착,베이비부머들의 자산증식 활동 강화 등의 요인에 의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린 바 있다.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세대가 1990년대 소비주체로 부각되고,동시에 노후를 준비하는 주체가 되면서 금융자산,특히 주식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당시 신경제 효과와 더불어 다우지수를 310% 상승시켰다.

일본도 전후 출생률이 높았던 단카이세대가 경제활동의 주체가 된 1980년대 닛케이지수가 무려 493% 상승한 바 있다.

만일 지금의 국내 증시 활황세가 대세상승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현안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

증시 본연의 기업 자금조달 기능이 회복되고,자산가치의 상승효과로 소비가 살아날 경우 경기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다.

또한 경제의 탄력을 잃지 않고 자연스럽게 부동산 버블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금융자산 보유 비중을 높여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 사회에도 대비할 수 있다.

이제 참으로 어렵게 찾아온 증시 활황이 조그만 충격에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정책 관련 사람들은 대선을 앞두고 자칫 부동산버블을 연장시킬 수 있는 과도한 지역개발 계획이나 공약을 피하고,증시 활황을 단순한 투자보다는 자금의 선순환(善循環) 구조 유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들은 증시 활황 초기에 주식시장의 초과공급 현상으로 상승 탄력성을 잃지 않도록 지나친 유상증자와 신규상장 등을 자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주식 투자자들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무리한 자금 동원으로 무분별하게 증시에 참여하지 않도록 2000년 코스닥버블 당시를 반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