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3억1천만달러 예산요청액 대폭 삭감추진
부시, 이란 겨냥 MD시스템 구축 최대난관 직면

북한의 장거리미사일을 겨냥한 미국 사상 두번째 미사일방어망(MD) 요격시험이 25일 무산된 가운데 미 의회가 조지 부시 행정부의 MD관련 예산요청액 3억1천만 달러를 대폭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2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상원 군사위는 지난 24일 이란 등 '불량국가'들의 유럽과 미 본토에 대한공격에 대비, 부시 행정부가 MD 시스템 구축 비용으로 의회에 제출한 예산 가운데 8천500만달러를 삭감했고, 그에 앞서 하원도 지난주 1억6천만달러를 삭감, 부시 행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민주당 소속 칼 레빈 상원 군사위원장은 지난주 부시 행정부가 유럽과 미 본토 보호를 위해 폴란드와 체코에 M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협상이 초기단계임에도 불구, 엄청난 액수의 예산을 요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레빈 위원장은 또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이 MD 시스템이 현재 이란이 보유하고 있는 단.중거리 미사일 위협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란의 이 미사일들은 우리의 전진배치된 전력은 물론이고 우방과 친구들을 목표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빈은 이어 "부시 행정부가 폴란드 등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요격미사일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신형 미사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난 21일 낸시 펠로시 의장을 비롯, 하원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우리는 지금 행동을 취해야 할 때"라면서 예산 처리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라이스-게이츠 장관은 이 서한에서 이란이 오는 2015년까지 유럽과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분석 결과를 전달하면서 "그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빨리 방어망이 구축돼야 하며, 늦어도 내년에는 이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저명한 정책분석그룹인 '무기통제협회(ACA)'의 웨이드 뵈스 연구원은 "러시아가 미국의 MD 체제 구축에 반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부시 행정부는 무엇보다 러시아와 더 큰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관련법에 저촉되지 않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25일 오전 7시15분 미사일방어 시스템의 요격시험에 나섰으나 목표 미사일이 정해진 고도에 오르지 못하고 중간에 추락하는 바람에 요격미사일 발사 예정 8-10분 전에 시험을 전격 연기했다고 미 미사일방어국이 밝혔다.

이날 시험은 알래스카 코디액섬에서 발사된 구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요격미사일이 격추하는 것이었으나 목표 미사일의 모조 탄두가 정해진 고도에 오르지 못한채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요격미사일을 발사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목표 미사일이 추락한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고, 미국은 올 여름 다시 시험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