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에게 보험은 더 이상 판매의 대상이 아니다.

가치를 나눠주는 것이다.

이들은 고객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전도사이며 고객의 삶에 기름칠을 해주는 도우미다.

보험은 그저 매개체일 뿐이다.

신뢰와 정성은 기본이며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 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재무컨설팅과 은퇴설계 등을 주무를 수 있는 첨단 금융지식으로 무장했다.

20만여명의 보험 설계사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과거 '보험하나 가입해달라'며 애원하던 그 옛날의 '설계사 아줌마'는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설계사들의 입지는 많이 좁아졌다.

한때 30만명을 훨씬 웃돌던 설계사 수는 이제 20만명으로 줄어들었으며 방카슈랑스 홈쇼핑 텔레마케팅 인터넷 등 설계사 이외의 판매채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연고 마케팅이나 근면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한번 해보지~뭐!'라는 생각을 가진 설계사는 찾아보기 어렵고 모두가 정예화되고 보험의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컨설턴트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각 보험사의 연도대상에서 '보험왕'자리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 면면을 살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최성림 생명보험협회 과장은 "보험왕들은 나름대로 영업의 철학과 원칙이 있고 독특한 영업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수상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가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최연소 보험왕에 오른 대한생명의 정미경 설계사는 스스로 보장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해 영업의 새바람을 일으켰다.

정씨는 VIP고객 5명을 1팀으로 묶는 셀(cell) 형태의 고객관리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독특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60년 대한생명 역사상 최연소인 만 32세의 나이에 보험왕으로 등극했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에서 8년 연속 보험왕을 차지한 예영숙 설계사는 성공의 비법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보험의 가치로 승부하고 기본에 충실한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예씨는 "설계사는 모험 모집인이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의 관점에서 영업하는 재정컨설턴트(FC)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리안츠생명의 지우룡 설계사는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남성설계사의 대표적 모습이다.

남성설계사로서는 처음으로 4년 연속 보험왕 타이틀을 거머쥔 지씨는 "미국 유학과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제표와 경영전략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공무원 생활을 접고 흥국생명에 입사,3년 만에 보험왕에 등극한 윤성옥 설계사는 고객의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후 여기에 맞는 보험상품을 제시하는 '컨셉트 마케팅'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주된 고객층인 기업 경영자를 비롯해 전문직 종사자에게 재정설계는 물론 법률상담 등도 해주고 있다.

매일 2~3명의 고객에게 자필로 편지를 써온 미래에셋생명의 오기철 설계사는 고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영업 비결로 해 입사 9개월 만에 보험왕에 올랐다.

메트라이프생명의 박준형 설계사는 세법 회계 법률 등의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해 보다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영업노하우 개발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등극했다.

물론 보험사의 연도대상은 영업실적만이 수상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생명의 이홍순 설계사는 뇌성마비인 아들을 15년간 매일 업고 등하교를 시키면서도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아 주위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삼성생명의 이상운 설계사는 올해 72세로 노익장을 과시하는 최고령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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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사 평균월급은 291만원

보험 설계사 수는 방카슈랑스 도입, 홈쇼핑, 텔레마케팅 채널확대 등으로 2002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부 중소형 생보사와 대형 손보사에서 영업활성화를 위해 설계사를 확충한 데다 재무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직 출신의 남성설계사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6년 9월 말 현재 생보사와 손보사의 설계사 수는 20만2000여명으로 2006년 3월에 비해 6000여명 증가했다.

생보사의 경우 남성설계사 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사들은 전문적인 재무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설계사 양성정책의 일환으로 전문직 또는 기업체 근무경력이 있는 남성설계사를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생보사의 남성설계사 수는 2004년 3월 말 1만9069명에서 2005년 3월 말 2만965명, 2006년 3월 말 2만182명, 2006년 9월 말 2만2816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생보사의 남성설계사 비중도 2004년 3월 말 12%에서 18%로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은 설계사들의 보험판매 서비스 수준도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완전 판매를 위한 보험사의 설계사 교육 및 계약관리 강화 등에 힘입어 13회차(1년) 계약유지율은 2006년 9월 말 현재 80.9%로 전년에 비해 1.6%포인트 향상됐다.

금감원은 설계사의 정예화 및 전문직화 추세에 따라 설계사의 1인당 소득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계사 1인당 평균 월소득은 2004년 250만원, 2005년 270만원, 2006년 291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계 생보사의 설계사 월평균 소득은 500만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