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9일 "조직의 대세를 거역하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범여권 통합 움직임에 따르겠다는 취지다.

노 대통령은 "대세를 잃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

우국지사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치는 다르다"고 까지 말했다.

이날 발언은 광주 무등산을 오르면서 지역 시민단체 대표들과 노사모 회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나왔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전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대해 "지역주의로의 후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같은 지역에서 하룻밤 사이에 180도 다른 내용의 연설을 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지역주의로의 회귀는 옳지 않다는 대의가 존재하지만,대의를 지키려다 열린우리당이 깨져서는 곤란하다는 현실 정치의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무등산 연설에서 열린우리당을 배에 비유하며 "배를 모는 선장은 폭풍우가 몰아치면 배를 잠시 피신시켜야지 침몰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식 변화는 정치적 세력을 유지하면서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강력한 희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무등산 연설에 대해 "대의를 위해서는 선거에 져도 좋다는 식의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광주·전남지역 경제인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역균형 발전 정책을 언급하면서 "참여정부 1차 정책으로는 대세를 바꾸기는 역부족입니다.

한 번 더 합시다"라며 정권 재창출의 속내를 비치기도 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당의 분위기도 대의보다는 대세를 따르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판단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