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俊栽 < 아랍에미리트 대사 >

아랍에미리트(UAE)의 부통령 겸 총리인 모하메드 알 막툼이 21~22일 한국을 공식방문한다.

아랍에미리트는 두바이를 포함한 7개 에미리트(부족국가)가 연합한 국가로서,각 에미리트의 통치자(ruler)들은 독립적인 지위에서 외교,국방 등 연방정부가 관할하지 않는 국내 통치사안에 관해 전권을 행사한다.

모하메드는 UAE 총리보다는 두바이의 통치자로서,역발상의 상상력으로 두바이를 불모의 사막에서 중동의 낙원으로 변모시킨 천재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로 한국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인공 스키장과 7성(星)호텔,인공섬으로 대표되는 두바이의 경제발전은 중동지역의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주변국가에서는 두바이식 경제개발 계획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기적의 리더십,창조의 리더십이라 불리는 모하메드 총리의 리더십은 두바이가 교역,물류,관광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과 금융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두바이는 지리적 이점(利點)을 살리기 위해 일찍부터 개방정책을 취해왔다.

1985년 중동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자유무역항을 개항하고 배후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개설해 외국자본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모하메드 통치자는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은 두바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고 있다.

예를 들면 외국인들에게 술과 돼지고기를 허용했는데 이는 주변의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조치다.

세계 최대·최초를 지향하면서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짓고,바다 위에 세계지도 모양의 인공섬을 만들고,바다 밑에 해저호텔을 건설하고,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열사의 사막에 인공스키장을 지으면서 세계에 화젯거리를 계속 제공해 오고 있다.

금융의 중심지로 나가겠다는 비전하에 국제금융센터도 설립해 중동 산유국과 아시아의 자본을 유치해 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정보산업의 세계적 허브를 지향한다는 목표 아래 추진하는 IT분야에 대한 혁신적인 정책은 IT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왕세자 시절 1년 만에 세계적 IT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인터넷시티는 공언 그대로 1년 만인 2000년에 개장돼 마이크로소프트,IBM,시스코 등 700여개의 세계적 IT기업들이 입주해 e비즈니스와 정보통신 기술 산업의 메카가 돼가고 있다.

2001년 개장한 미디어시티는 CNN,CNBC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송사 850개가 들어서는 미디어의 요람(搖籃)이다.

이러한 정보통신과 금융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정책은 이제 두바이가 단지 물류,교통,관광의 중심지에서 금융과 정보통신의 중심지로 한 단계 뛰어넘은 최첨단 고부가가치의 산업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석유를 보유하고 있는 아랍에미리트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새로운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자원도 없는 한국이 짧은 기간에 놀라운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과의 협력,특히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첨단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두바이는 세계적인 물류망을 구축하기 위한 일환으로 우리의 부산 신항(新港)에 투자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와 서울을 연결하는 직항 노선을 개설해 매일 운항하고 있다.

두바이의 국영석유공사는 현대오일 뱅크 주식의 70%를 소유하고 있다.

UAE는 이제 한국과 바다와 하늘로 연결돼 있고,에너지 산업분야에서 우리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우리의 두 번째로 큰 석유공급국이며,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5월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방문은 1980년 양국 외교관계 수립 이래 정상급으로서는 최초의 방문으로서,양국 간 우호협력관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구축했다.

한국과 UAE가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시기에 이뤄지는 모하메드 총리의 방한이 양국 간 협력관계를 더욱 촉진시킴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더욱 확대하고,우리의 대(對) 중동 외교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