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두바이 국영 항만운영사인 두바이포츠월드가 미국 주요 도시의 항만운영권을 인수하려 했을 때 셰이크 모하메드 당시 두바이 통치자는 서구 사회에 아주 야심만만한 인물로 비쳐졌다.

미국 의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인수안을 철회해야 했지만 사막을 글로벌 허브로 바꾸는 꿈에서 한 발짝 더 나가려는 강한 의욕을 보여주었다.

두바이의 국영투자회사는 실제로 다임러크라이슬러 지분 2%를 매입했고 뉴욕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헴슬리 빌딩을 사들였다.

올 들어서는 HSBC와 도이체방크 지분을 매입하는 등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통치자의 욕심은 세계 금융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의 6.4배 크기에 인구 120만명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경제수도' 두바이.국민총생산(GDP)에서 석유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6% 이하 인데도 1인당 소득이 3만달러가 넘고 연간 경제성장률이 7%를 넘는 나라다.

중동의 '싱가포르'라고 보면 정확하다.

이는 고(故) 셰이크 라시드 왕이 석유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중동지역의 석유고갈에 대비,1960년대부터 산업구조를 개혁해온 결과다.

그 바통을 셰이크 모하메드 통치자가 이어받고 있다.

이름을 다 써보면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58).그는 적극적 개방정책을 취하며 오일머니를 산업인프라 구축에 투자해 중동의 경제중심지를 건설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자본주의적 발전을 명확히 추구하고 있으며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그래서 '두바이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의 명함은 셀 수 없이 많다.

그는 17살이던 1966년 영국에 유학하며 국제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영국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조국이 독립하게 되자 UAE 국방장관직을 맡았다.

이후 그는 상당수 개발사업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왔다.

파리시 크기의 인공섬 (palm Island) 개발과 인터넷 시티 등의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1995년 형이자 국왕이었던 셰이크 막툼으로부터 왕세자로 책봉됐다.

이어 팜 아일랜드,버즈 알 아랍 호텔 등 각종 개발 프로젝트를 관장했고 지금도 800m 높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될 버즈 두바이 건설을 독려하고 있다.

중동의 중계 무역항을 넘어서 산업 및 관광의 세계적 거점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이런 그의 꿈은 알토란처럼 영글고 있다.

1990년대 초반 80억달러에 불과하던 두바이의 GDP는 2005년 374억달러로 4배 이상 높아졌다.

1인당 GDP는 3만1000여달러.당초 2010년에 GDP 3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미 2005년에 초과달성하게 되자 셰이크 모하메드는 내년부터 2015년까지 중장기 경제발전 청사진을 다시 그렸다.

GDP는 1080억달러,1인당 GDP는 4만4000달러가 청사진의 골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두바이가 △정치 리더십과 개방외교 △중계 무역 및 지식산업 거점 △대형 개발사업 △관광 및 이벤트 △공항 및 항만 등 5개 축을 중심으로 성공신화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중 정치 리더십과 개방외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방외교와 관련해선,미군기지 설치를 허용하고 서방국가의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군사적,경제적 보호막을 형성해 왔다.

미국과는 1990년 걸프전 이후 군사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개인적으로는 스포츠를 즐기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1200마리의 아라비아 종마를 기르고 이 말이 출전하는 경마를 즐긴다고 한다.

작년 12월에는 두바이투자개발청인 DIC를 통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 리버풀을 인수하려 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그의 재산은 자신의 일가 재산 140억달러를 포함,총 278억달러에 달한다.

금액 규모로만 보면 세계 5위의 부호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