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년 동안 잡힐 듯 하다가 손에서 빠져나간 우승컵에 아쉬움을 삼켰던 이정연(28)이 또 한번 우승 기회를 만들었다.

이정연은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몬트클레어골프장(파72.6천433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사이베이스클래식 1라운드에서 보기없이 6개의 버디를 뽑아내는 깔끔한 경기를 펼쳐 단독 선두에 올랐다.

7일 전 미켈롭울트라오픈 첫날에도 단독 선두에 나섰지만 3, 4라운드 부진으로 3위에 그쳤던 이정연은 "지난 번에는 좋은 기회를 놓쳤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선두를 지켜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연은 대회 이틀 전 앨러지가 도져 치료를 받느라 공식 연습 라운드를 치르지 못했고 하루 전 프로암대회마저 악천후로 7개홀만 돈 뒤 중단돼 코스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경기에 나섰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100%에 그린 적중률 83.3%의 완벽한 플레이를 펼쳤다.

더구나 각성 성분이 들어 있는 항앨러지 약을 먹어 잠을 거의 자지 못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좋은 성적을 내자 이정연은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기뻐했다.

4개 대회만 출전하면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게 되는 박세리(30.CJ)도 4언더파 68타를 때려 이정연에 2타 뒤진 공동2위에 올라 우승 후보로 등장했다.

3년 가까이 지속됐던 슬럼프에서 벗어난 조짐이 뚜렷한 박세리는 13번째홀까지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 등을 묶어 이븐파에 그쳤지만 마지막 5개홀에서 4개의 버디를 뽑아내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도약했다.

박세리는 "경기 후반이 잘 풀려 기분이 좋다"면서 "아직 3라운드가 더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인왕 레이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젤라 박(19)과 퀄리파잉스쿨 수석 합격자 최혜정(23.카스코)도 박세리와 함께 공동2위 그룹에 합류,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오른 제인 박(19)이 3언더파 69타를 쳐 공동7위에 올랐고 김인경(19), 정일미(35.기가골프), 이미나(26.KTF), 양영아(29), 이지연(26), 박인비(19) 등이 2언더파 70타로 공동10위를 달렸다.

그러나 이정연의 선두 도약과 무더기 '톱10' 진입에도 한국 선수의 우승 가능성은 밝지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는 '골프여왕'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4언더파 68타를 때려내며 이정연에 2타 뒤진 공동2위에 자리를 잡았고 긴오픈에서 오초아를 상대로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장타자 브리타니 린시컴(미국)도 공동2위 그룹에 올랐다.

마스터카드클래식에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연장전에서 꺾은 미건 프란셀라(미국)는 고향 팬들의 성원을 업고 공동7위(3언더파 69타)에 올라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1언더파 71타로 공동23위에 그친 카리 웹(호주)과 모건 프레셀, 줄리 잉스터(이상 미국) 등도 남은 사흘 동안 상위권을 넘볼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다.

미국 언론은 "우승 경쟁이 굉장히 치열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1라운드 순위표"라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14일 연장전 끝에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 우승을 내준 뒤 절치부심했던 이지영(22.하이마트)은 눈이 아파 13개홀만 치르고 기권해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