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에서 첫 우승 기회를 60㎝ 퍼팅 실수로 허망하게 날린 이지영(22.하이마트)이 눈물을 닦고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장에 냈다.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미켈롭 울트라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4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에 끌려 들어가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겨준 뒤 펑펑 눈물을 쏟아냈던 이지영은 17일부터 나흘간 뉴저지주 클리프턴의 어퍼 몬트클레어골프장(파72.6천433야드)에서 열리는 사이베이스클래식에 출전한다.

미켈롭 울트라오픈을 치른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서 뉴욕 인근 클리프턴으로 이동하는 동안 분하고 서운했던 기억을 모조리 지웠다.

언제나 밝고 뒤끝이 없는 성격 덕이기도 하지만 난생 처음 LPGA 투어에서 치러본 연장전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GMG' 동아리 선후배들과 연습 라운드를 치른 뒤 이지영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한 이지영은 "경기 운영 요령을 배웠다"면서 "한동안 말썽이던 퍼팅이 좋아져 이번 대회에서는 우승을 목표로 뛰겠다"고 다짐했다.

이지영은 연장전에서 페테르센의 심리전에 말려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평소 경기 매너가 좋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난 페테르센은 마크 위치를 수시로 바꾸는 등 이지영의 신경을 긁었다는 것이다.

연장 세 번째 홀 3.6m 버디 기회가 보기로 둔갑한 60㎝ 파퍼트 역시 버디 퍼트가 빗나가자 휘파람을 분 페테르센의 어이없는 행동에 화가 치밀어 서둘러 친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 됐다.

지난 2월 필즈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더 올라갈 여지를 남겼기에 실망하지 않는다"고 여유를 부렸던 것과 달리 눈물을 쏟아낸 것도 그런 심리전에 말려 실수를 저질렀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이지영은 "결국 화를 낸 내가 손해를 봤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며 "다행히 요즘 샷이 너무 좋아져서 곧 우승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9개 대회를 치른 이지영은 아이언샷 정확도를 대변하는 그린 적중률에서 4위(74.7%)에 올라 있다.

그런데 퍼팅 순위는 공동108위(18홀당 30.44개)로 바닥권이다.

나비스코챔피언십 때부터 찾아온 퍼팅 부진이 이후 한 달 동안 계속돼 라운드마다 3퍼트를 서너개씩 쏟아내곤 했다.

그랬던 퍼팅이 미켈롭 울트라오픈 때부터 감각이 돌아왔다.

LPGA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에 그린 적중률이 높은 이지영은 퍼팅 감각이 돌아오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1984년 이후 23년 만에 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하는 어퍼 몬트클레어골프장의 생소한 환경이 변수로 꼽힌다.

연습 라운드를 돌아본 선수들은 "코스가 길지 않지만 페어웨이가 굉장히 좁고 그린이 작아 조심스러운 플레이가 요긴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영은 파 4홀 10곳에서는 드라이버를 잡지 않기로 했다.

3번 우드로 250∼260야드를 치는 그는 페어웨이만 지키면 9번 아이언 이상 긴 채를 잡을 일이 없다고 한다.

어느 정도 비거리를 내기 위해 위험 부담을 안고 드라이버를 쳐야 하는 선수들보다 이지영이 한결 유리한 대목이다.

지난 대회 때 그를 응원했던 'GMG 회장님' 박세리(30.CJ)와 이정연(28)도 함께 출전하고 여름을 기다려온 작년 신인왕 이선화(21.CJ), 장정(27.기업은행)도 우승을 노린다.

김미현(30.KTF)도 한국 선수로서는 시즌 첫 2승에 도전한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와 카리 웹(호주), 모건 프레셀, 브리타니 린시컴(이상 미국), 그리고 홈코스에서 고향 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은 마스터카드클래식 우승자 미건 프란셀라(미국) 등이 경계 대상이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 기자 kh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