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금융지원…올해만 보증잔액 1조원 넘어

서울신용보증재단(이사장 이해균)은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에게 신용보증을 해주는 기관이다.

담보가 없어 은행에 가서 자금을 제대로 빌리지 못하는 사업자들에게 신용을 보증해줘 금방 돈을 구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이다.

이 기관은 임직원 120명으로 구성된 작은 조직이다.

그럼에도 이 기관은 지난 8년간 서울지역 8만5744개 사업자에게 2조4000억원의 돈을 조달해주었다.

특히 올 들어 신용보증잔액만 해도 1조원을 넘겼다. 현재 거래 중인 기업도 5만개사에 이른다.

도대체 어떻게 이처럼 조그마한 금융기관에서 대규모의 자금을 소상공인들에게 지원해줄 수 있었을까.

이는 당연히 서울특별시가 대규모의 재정출연을 해준 덕이다.

그러나 서울 역삼역 인근에 있는 서울신보재단을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기관이 얼마나 유기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지 금방 짐작이 간다.

아무리 처음 찾아오는 사람이라도 누구든 먼저 인사를 하고 담당부서로 안내해 준다. 담당부서들은 자금별로 전문화돼있어 일단 재단에 한번 찾아오면 결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아도 돈을 빌릴 수 있게 해준다.

이른바 '원스톱 전자보증 서비스'로 맞춤형 상품을 찾아 단기간에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보재단은 본사 영업부 이외에도 동대문 영등포 구로 마포 송파 은평 광진 강서 강북 중랑 등에 영업점을 두고 있다.

소액 자금을 빌리려 할 때는 사채업자들보다 빠르게 보증을 지원해준다는 게 이용자들의 평가다.

서울신보의 보증을 활용한 미래산업의 김명숙 대표는 방수설비 업체를 운영해왔다.

그는 여성 가장으로 대학교를 다니는 3명의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2004년 8월부터 소규모의 방수설비사업을 시작했다. 일단 가정집을 중심으로 부엌 욕실 등의 배수시설을 고쳐주었다.

점차 거래처가 늘어나자 설비를 더 구해야 하고 종업원도 구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했다. 그러나 담보가 없는 여성가장에게 대출을 해주는 금융회사는 없었다. 사채를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되는 일이었다. 세 자녀의 뒷바라지에 힘겹고 자금난이 심각해 암울했다.

이때 신문기사를 보고 서울신보재단의 지원 내용을 알게 됐다.

강 대표는 혹시나 자신과 같은 소상공인에게도 신용대출을 해줄까 하는 기대감으로 강서출장소를 찾았다.

정부 관련 기관의 지원은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친절한 상담과 신속한 심사절차를 통해 1년 거치 4년 균등분할상환에 연4.5%의 서울시 중소기업육성자금과 신용보증을 쉽고 빠르게 지원받았다.

이때 받은 3000만원의 대출금은 김 대표에게 새로운 의욕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김 대표는 대출금으로 우선 미수금을 정리했다. 이어 설비도 늘리고 종업원도 구했다. 덕분에 올 들어 6개월간 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다.

게임개발 업체인 리자드인터렉티브의 이상욱 대표는 '난세영웅전' 등 게임을 개발해 업계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나 게임사업의 특성상 초기 자금투입이 많고 개발기간이 오래 걸려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상태였다.

이 회사는 겨우 정부의 정보화촉진자금 2억여원에 대해 지원승인을 받았으나 담보가 없어 서울신보재단을 활용했다.

이 회사는 2억여원의 초기 운영자금에 대한 신용보증을 지원받아 '천도와 크로노스'를 히트시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 수출도 하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연간 3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서울신보재단은 대부분의 기업에 큰 효과를 안겨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신용보증에 의한 고용증대효과도 높아 이미 4만4630명이 새로 일자리를 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보재단은 지금까지 20여종에 이르던 대출서류를 △사업자등록증사본 △최근연도재무제표 △매출실적확인자료 △사업계획서 등 4종으로 간소화했다.

2009년에는 제출서류를 완전히 없애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서울신보재단이 이렇게 소상공인의 지원기관이 된 것은 이해균 이사장의 '클린경영'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이사장은 "작고, 깨끗하고, 강한 금융기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힌다. 덕분에 지난해 서울시 경영평가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담보가 없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이라면 일단 서울신보재단에 문을 두드려보면 그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u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