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크로프트 가문에 보낸 편지서 호언

미국의 경제정보제공업체 다우존스를 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나선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월 스트리트 저널(WSJ)을 거느린 다우존스를 무기로 유럽 시장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를 꺾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머독은 다우존스의 소유자인 밴크로프트 가문에 보내는 편지를 통해 "뉴스코퍼레이션이 다우존스와 WSJ 브랜드의 확장과 국제적 성장을 위해 전세계에 걸친 자원과 기반을 동원할 계획"이라며 "유럽에서도 뉴스코퍼레이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WSJ이 시장점유율 선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함으로써 실망감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15일 WSJ를 통해 공개된 이 편지는 지난 11일자로 명시돼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런 머독의 편지 내용이 유럽 경제지 시장의 선두주자인 FT를 노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FT는 한동안 매출 감소에 시달렸지만 최근 흑자로 돌아섰고 유럽에서 25만부를 판매하고 있는데 비해 WSJ 유럽판의 발행부수는 10만부에 그친다.

폭스뉴스를 비롯한 방송, 뉴욕 포스트와 영국 더 타임스 등 신문사를 비롯해 20세기폭스 영화사, 인터넷기업 마이스페이스 등을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은 이달 초 주당 60달러 가격인 50억달러에 다우존스를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머독은 지난 3월 29일 밴크로프트 가문측에 다우존스 인수 의사를 처음 알렸다.

밴크로프트 가문은 의결권 기준으로 다우존스 지분 64.2%를 갖고 있으며 머독의 인수 제의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밴크로프트측 지분의 80%정도, 즉 다우존스 전체 지분의 52%를 보유한 밴크로프트측 인사들이 머독의 제의에 부정적이지만 밴크로프트 가문이 완전히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는 않고 있으며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머독은 이번 편지에서 "무엇보다도 나는 신문을 만드는 사람"이고 "항상 신문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낸 점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관계된 언론사의 독립성과 완전성을 존중해 왔다"며 편집 과정에 자신의 입김이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인수 뒤에 WSJ에 더 타임스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의 편집위원회를 설립해 최고 편집책임자 2명에 대한 인사권을 부여하고 편집진과 소유주 사이의 이견 중재 기구로 사용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또 그는 자신이 다우존스를 인수하면 밴크로프트측 인사 1명을 뉴스코퍼레이션 이사로 영입하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머독은 이번 편지를 통해 인수 가격을 높이겠다고 밝히지는 않았다.

WSJ 노동조합은 머독의 다우존스 인수 계획에 대해 머독이 "신문의 질이나 독립성을 압살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보인 바 있다.

다우존스의 또다른 주요주주로 5%의 지분을 보유한 짐 오타웨이 주니어 역시 머독의 인수에 반대한다고 AP는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