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통화내역 제출받아…불법행위 밝혀지면 사법처리 불가피

경찰이 김승연 한화 회장을 구속한 데 이어 자체 감찰을 통해 수사의 문제점과 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해 강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찰청 감사관실이 직접 나서는 감찰조사의 초점은 `늑장수사'와 `외압' 의혹 등 크게 2가지다.

감사관실은 일단 3월 9일 새벽에 이뤄진 112 신고 접수와 태평로지구대원 출동부터 같은 달 28일 사건이 남대문경찰서로 이첩될 때까지 전 과정을 면밀히 조사해 수사 지연 경위를 밝히기로 했다.

경찰은 3월 9일 0시 7분께 `북창동 S클럽에서 손님이 직원들을 폭행했다.

폭행을 매우 심하게 했다.

가해자가 한화그룹 회장 자녀다'라는 내용의 112신고를 접수하고 4분 뒤 남대문서 태평로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을 현장에 출동시켰다.

그러나 당시 지구대원들은 클럽 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술집 종업원들끼리 싸웠다'는 술집측 해명을 듣고는 현장을 떠났다.

감사관실은 당시 근무일지와 지령 상황부 등을 근거로 태평로지구대의 사건 당시 현장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가릴 방침이다.

감사관실은 또 사건 첩보 입수와 기초 조사를 벌였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대신 남대문경찰서로 이 사건이 이첩되게 된 경위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과 범행 장소의 광역성을 고려할 때 광역수사대에서 계속 수사하도록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당연했다'라는 견해가 `수사통' 사이에서는 중론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감사관실은 이에 따라 3월 26일 내려진 사건 이첩 결정의 경위, 사건 수사가 지연된 이유, 경찰 내외의 부적절한 접촉 여부를 확인해 책임 소재를 가릴 방침이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한화 고문으로 있는 최기문 전 경찰청장 등 전현직 고위 경찰 간부들이 수사팀이나 수사 지휘 계통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려 시도한 것 아니냐는 `외압 의혹'도 조사키로 했다.

감사관실은 이를 위해 수사팀 관계자들과 지휘계통에 있는 경찰 간부들로부터 전화 통화내역 등을 제출받아 검토하는 등 조사를 진행중이다.

감사관실은 한화그룹 관계자들이 전화로 경찰 관계자들을 여러 차례 접촉해 보복폭행 사건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던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사건 발생 3∼4일 후 최기문 전 청장이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수사 여부를 파악한 사실은 이미 확인됐으나 장 서장은 "당시 첩보가 내려오기 전이어서 `그런 것 없다'고 대답했으며 부적절한 접촉은 전혀 없었다"라고 해명한 상태다.

한화측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대문경찰서뿐 아니라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 본청의 일부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한화측의 접촉 시도와 사건 이첩 등 수사 관련 조치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아 감찰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사건 무마 청탁 등 불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내부 문책뿐 아니라 관련자 사법처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경찰청 감사관실은 서울경찰청이 보복폭행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이번 주말께부터 수사팀과 지휘계통 간부 등 관련자들을 소환, 강도높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