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明憲 < 단국대 상경대학장·경제학 >

최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고속성장의 신화로 주목받았던 한국경제가 각종 악재로 때이른 '중년의 위기'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지난 4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4.2%로 잠재성장률을 밑돌았고,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저임금 국가에 의해 산업기반이 급속히 잠식당하고 있으며,기업들이 생산 기지를 해외로 속속 이전하는 점 등을 들었다. 이처럼 한국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잃어버린 10년'으로 평가받는 데에는 그동안의 포퓰리즘적이고 갈등조장적이며 과거회귀적인 리더십의 책임이 크다.

이러한 위기의 한국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관건은 금년 대선(大選)에서 어떤 지도자를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차기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 주었으면 하는 게 모든 국민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 이러한 시대정신에 호응하기 위해 대부분의 대선 후보들은 6∼7%의 경제성장률을 약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세계 7대 경제강국의 진입까지 주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이러한 장밋빛 전망들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고 일부 전문가들조차 부정적이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은 결과물이지 대통령이 목표로 설정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대상도 아니고 더욱이 공약으로서 국민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지난 10년간 민주를 찾았으니 이제는 성장으로 가야 한다. 5%의 성장잠재력에 국민의 희망과 사기를 북돋워 1∼2%를 추가,연 6∼7%의 경제성장이 가능케 하는 것이 정치지도자의 몫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후보들의 공약들은 추구하는 최상의 목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실제로 달성될 것인가는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차기 지도자는 현재 자괴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월드컵 16강 진입'이라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형'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정치지도자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주도해 강한 국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년의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를 구할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긍정적 사고와 올바른 판단을 바탕으로 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실천의 리더십이다. 사회와 경제 각계각층에 잔존해 있는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냉소적 사회분위기를 극복해 생산성과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이다. 이것은 전문가적 식견을 갖추고 솔선수범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각자 창의와 도전정신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사회분위기를 형성하는 리더십이다.

둘째는 합리적 설득과 조정을 바탕으로 신뢰받는 국정운영을 하기 위한 화합의 리더십이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방향을 정하고,그것에 대한 신념을 갖고 꾸준히 설득해 모든 국민의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 정책으로부터 피해를 받게 되는 소외집단도 따뜻하게 배려하는 리더십이다. 또한 지역 간·계층 간·노사 간 갈등과 분열을 봉합하고 목표달성을 위해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하게 만드는 리더십이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비전에 맞춰 희망찬 미래를 창조하는 미래지향의 리더십이다. 정확한 시대인식과 국제적 안목을 바탕으로 국가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준비를 차질없이 하는 리더십이다. 새로운 국부(國富) 원천의 발굴과 인적자원의 개발을 통해 우리 경제의 재도약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열린 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환경·문화의 발전 등을 통해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시키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하는 리더십이다.

올해 말로 다가온 대선에서는 과거의 성공과 실적을 기준으로 철저히 검증해 위의 세 가지 리더십을 고루 갖춘 지도자를 선출함으로써 한국이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재도약의 발판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