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략적 행보" vs 李 "대승적 결론"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25 재보선 참패에 따른 당 내분사태를 봉합키로 한 결단의 진정성 여부를 놓고 박근혜, 이명박 캠프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강재섭 대표의 당쇄신안에 대해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히며 지도부 구하기에 나섰던 박근혜 전 대표측은 이 전 시장의 행보가 모종의 노림수를 숨긴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 전 시장측은 막판까지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린 대승적 결론이라며 진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
외견상 이 전 시장의 고민은 실제로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복심'이라고 불리는 정두언 의원이 "섭섭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신의 행보를 최측근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1일 온종일 잠행하며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를 만류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비서실장인 주호영 의원도 이 전 시장과 직접 통화를 하지 못해 수행비서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달받았을 뿐이다.

이 전 시장이 전날 이 최고위원과 만난 시간은 근 10시간으로, 이 최고위원은 오후까지도 자신이 직접 작성한 '사퇴 기자회견문'을 내보이면서까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단은 당이 정말 쇄신하는지 두고보자"는 이 전 시장의 끈질긴 설득이 계속됐고 이상득 국회부의장,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원로들도 전화통화를 통해 이 전 시장을 응원하면서 이 최고위원은 마지못해 뜻을 굽혔다는 후문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어제 이 최고위원은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기 위해 이 전 시장을 만난 것이 아니라 사퇴를 통보하러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것을 막자는 이 전 시장의 진심이 막판에 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진영은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이 전 시장이 구당이라는 `지고지순'한 명제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전체적인 이미지 제고와 대권경쟁의 주도권 장악을 꾀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이 전 시장이 이 최고위원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당 분열에 대한 책임을 몽땅 뒤집어 쓰는 것은 물론 영이 안 섰을 것"이라며 "결국 이런 결과는 미리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두 사람이 이중플레이를 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측은 설령 이명박-이재오 두 사람이 결론을 맞춰놓고 `짜고치는 고스톱'을 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명박-당살리기, 이재오-치받기'라는 역할분담을 통해 역시 이 전 시장의 이미지 제고를 도모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강 대표의 쇄신안을 덥석 받아들이기 보다는 적당히 뜸을 들이면서 내분봉합 이후 판이 차려질 경선 룰 협상에서 박 전 대표측보다 더 많은 칩을 얻어내겠다는 복안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캠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선 룰 논의를 원점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석에 따라 박 전 대표측은 애초에 이번 사태를 '경선 룰 재논의'로 연결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며 방어모드로 돌아섰다.

최경환 의원은 "재보선 참패와 경선 룰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견강부회"라면서 "자구 수정 정도라면 몰라도 근본적인 것을 고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김재원 의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 "(경선 룰을) 다시 되돌리려 하면 결국 또다른 분란이 생길 것"이라며 "지금까지 양측 대리인이 만나서 캠프 내부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합의에 이른 것인데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먼저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재논의 불가' 방침을 확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