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3년 여 만에 최대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외국인들은 정보기술(IT) 관련주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하고 있어, IT주의 시장대비 약세 흐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일 증권선물거래소와 한국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천41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2004년 3월 4조503억원 순매수 이후 월간 단위로는 가장 큰 규모이자, 1992년 외국인에 대한 증시 개방 이후로 보더라도 6번째로 큰 규모다.

이에 대해 한국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일회성 순매수로 보기에는 그 규모가 크고 최근 5개월 중 4개월에 걸쳐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시각이 기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4월 중 외국인 순매수 규모의 절반이 넘는 1조4천억원 가량이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는데, 외국인이 월간 단위로 전기전자 업종을 순매수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꼭 1년 만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수가, 그 동안 시장대비 두드러진 약세를 보였던 국내 IT 섹터 주가의 반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 시장의 관심"이라고 말했다.

만약 외국인의 IT 업종 순매수가 단지 가격 매력을 노린 것이라면 한국 IT 관련주 주가의 추세적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한국의 전기전자 업종 지수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IT 주요 지수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가 지속적인 이익 전망치 하향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은 한국 IT섹터의 강세 전환을 예단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MSCI IT섹터의 주당순이익(EPS)이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점을 보면 글로벌 IT 업황 전망이 부진한 것은 아니다"며 "따라서 한국 IT 관련주의 주가도 현재 약세 원인인 환율 부담만 완화된다면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경상수지 적자 반전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반전될 수 있는 계기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한 과거와 같은 원화강세 흐름이 나타나기는 어려우며, 해외펀드 투자 열풍 역시 원화 강세를 상쇄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김 애널리스트는 "산업재와 금융 섹터가 성장하면서 과거처럼 IT가 못 움직인다고 해서 한국 증시가 못 오르는 상황은 아니지만, IT가 힘을 보탠다면 시장은 더 쉽게 오를 수 있다"며 "한국 IT섹터의 부진은 이제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들의 '바이 IT' 역시 이런 가능성에 베팅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meola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