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일의 일본 로스쿨 교수로 2004년부터 다이토분카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고상룡 교수(68)는 3년차를 맞고 있는 일본의 로스쿨 실험에 후한 점수를 줬다.

고 교수는 로스쿨 도입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법대생들의 수업 태도를 꼽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학교에는 코빼기도 안 보이다 고시학원만 다녀 사법시험에 합격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옛날 얘기'가 됐다.

법조인이 되기 위해 로스쿨에 들어온 만큼 '목숨을 깎으면서' 공부를 한다는 것. 엄격한 학사관리가 가장 큰 원인이다.

다이토분카대의 경우 한 학년 정원 50명 중 20명이 지난해 학점 불량으로 경고를 받았다.

세 번 결석하면 학교 시험 응시 자격을 박탈당한다.

때문에 두 명은 '낙제'로 로스쿨을 중도 하차해야 했다.

"지난해 치른 신사법시험의 경우 헌법과 행정법을 섞어놓은 공법계시험은 문제만 A4용지 크기로 5장인데 세 시간 만에 풀려면 독학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단답형시험을 준비하기 위해선 '예비학교'라고 불리는 학원 수강이 필수다.

로스쿨 학생들 대부분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으로 직행한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주관식 시험은 학교 수업에 충실하지 않으면 풀기가 어렵다고 한다.

올해 와세다대 로스쿨에 '사회인'이라고 불리는 직장인들이 거의 지원하지 않은 것도 과도한 수업 부담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고 교수는 분석했다.

교수진의 역량도 한층 강화됐다.

로스쿨을 설립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영입해야 하는 판사·검사·변호사 출신 등 이른바 '실무가 교수'의 비율은 20% 이상.하지만 로스쿨 평균 40%에 달할 정도로 실무 경험으로 무장한 교수들이 많다.

로스쿨 교수의 연봉은 논문 지도 수당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대체로 일반대학 교수보다 낮다.

그런데도 교수들의 열정이나 사명감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이토분카대만 해도 17명 전임교수 중 실무가교수가 절반이 넘는 10명이나 됩니다.

도쿄지검 특수부검사 출신도 있고,가정법원장 출신도 있는데 강의 준비를 위해 일요일에도 종종 학교에 나옵니다."

일본에선 문부과학성에서 로스쿨 교수를 뽑는데,문부과학성의 철저한 심사가 교수질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고.고 교수는 "한국에서도 로스쿨 성공 여부는 교수의 질이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원 수강료나 생활비를 뺀 1년 학비만 1600만엔(약 1억2500만원.사립대 기준)에 달하는 '고비용' 문제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그 정도는 납득할 수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반응이다.

양극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하는 언론기사도 없다.

고 교수는 "다이토분카대의 경우 장학금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학교가 오히려 1년에 3억엔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