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ㆍ예술의 전당 전시

한국 현대 동양화와 서양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마련됐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한국화 1953-2007'(4월25-5월27일.☎02-2124-8800)은 한국전쟁 후 올해까지 한국 동양화단이 배출한 화가 80여명의 작품 200여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60여년의 현대 한국화 역사를 200여점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화의 맥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짚어 시대순으로 펼쳐보이는 전시를 만들어냈다는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한가람미술관의 '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5월3-6월24일.☎02-580-1272)은 올해 1월말 끝난 '1950-60년대 한국미술(서양화 동인)'전에 이어 한국 현대 서양화를 시기별로 훑어나가는 릴레이 기획전의 하나다.

두 전시 모두 블록버스터 전시 사이에 미술관 한 층을 할애해 만들었지만 차분하게 한국 미술사를 정리하면서 현재 활동 중인 중견ㆍ원로들의 초기작을 발견할 수 있어 의미있다.

◇한국화 1953-2007 = 한국화를 5가지 주제로 나눴다.

196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동양화단의 추상 실험 시기에는 김기창 박래현 김영기 성재휴 이응노 등의 작가와 독자적으로 추상작업을 한 권영우 안상철, 묵림회로 활동한 서세옥 전영화 민경갑 안동숙 정탁영 송영방 등이 주역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박래현의 '노점'과 '정물',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인 권영우의 '조소실'과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인 안상철의 '전(田)', 이응노가 파리로 가기 전 1950년대에 한지와 수묵담채로 그린 '해저'와 '생맥'(이상 유족소장)등을 볼 수 있다.

전통산수를 재해석한 작품들도 한국화의 한가지 흐름이다.

1970년대 추상열풍이 시들해지면서 나타난 성재휴 조평휘 이열모 김동수 이영찬 하태진 임송희 등과 1980년대 이후 등장한 박대성 오용길, 1990년대 이후 활동한 강경구 조환 박영대 유근택 정용국 박능생 등으로 이어진다.

'수묵 추상'으로 부를 수 있는 한국적 모더니즘 계열의 작품도 큰 흐름이다.

이미 1970년대에 동양화와는 거리가 있는 독자적인 추상회화를 지속했던 권영우 등과 서세옥 신영상 정탁영 등의 수묵추상은 후학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서세옥의 '사람' 연작, 송수남이 1970년대 후반에 그린 모던한 산수화, 송수련 김춘옥 원문자 이왈종 등의 그림도 한국적 모더니즘으로 분류됐다.

채색화의 흐름도 빼놓을 수 없다.

해방 후 '채색화는 일본풍'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채색화를 무시하는 시각이 많았지만 천경자나 박생광은 채색화에서 일가를 이룬 스타들이었다.

한국화의 관념과 기법, 재료, 방법론 모두를 고민하는 1990년대 후반 작가들은 더이상 '한국화가'라고 가둬놓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인물화 특별 코너도 눈여겨볼 만하다.

장우성이 1956년의 대학생 남녀를 그린 '청년도'(서울대미술관 소장)나 이철주, 홍순주가 수묵 채색화로 그린 서민의 일상 등이 돋보인다.

◇1970년대 한국미술-국전과 민전 = 1970년대에 정치적인 요소가 수상작 선정에 개입되고 아카데미즘과 보수적인 성향이 결합했던 국전과 이에 대응해 실험적인 작품을 고르던 민전을 대비시킨 전시다.

1969년에야 구상부와 비구상부가 나눠졌던 국전에서 1970년대 수상작가는 강대운 손수광 이승조 이반 정린 하동철 등으로 절반 이상이 추상작가가 선정되는 등 추상미술이 대세를 잡아나갔다.

1970년 한국일보가 당시로는 획기적인 상금 100만원을 걸고 실시한 '한국미술대상전'의 제1회 대상작은 뉴욕에 있던 김환기가 보낸 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였다.

국전 심사위원도 지내고 홍익대 학장까지 지낸 57세의 정상급 화가가 응모하면서 한국미술대상전의 위상은 단번에 올라갔다.

1978년 1월 만들어진 동아일보의 '동아미술제', 그해 6월 탄생한 중앙일보의 '중앙미술대전' 에서는 앵포르멜에서 발전한 기하학적 추상과 사실주의에서 변화한 극사실주의 등이 수상하면서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동아미술제의 1회 수상작은 변종곤의 극사실 회화였고, 중앙미술대전의 1회는 대상작없이 장려작으로 홍정희의 추상화와 지석철, 이호철의 극사실 회화, 이범승의 사실주의 회화 등이 뽑혔다.

극심한 냉전체제와 군사정권기 순수미술의 세계로 파고들어 다양한 작품 양식을 발전시킨 국전과 민전 출신 작가 51명의 작품 81점을 어렵게 모았다.

(서울연합뉴스) 조채희 기자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