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아시아권 카드사 최초로 해외 시장에서 담보 없이 순수 신용을 기반으로 채권을 발행했다.

현대카드(대표 정태영)는 2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미화 4억달러 규모 유로 본드를 발행하는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했다.

이 채권의 만기는 3년이며, 발행 금리는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0.43% 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국내 카드사가 카드매출채권 담보 자산유동화증권(ABS)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한 사례는 있었지만, 무담보로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기는 현대카드가 처음이다.

해외 공모사채 발행은 철저한 기업 실사를 거쳐야 하고, 국제 신용평가기관 두 곳 이상으로부터 신용 등급을 받아야 하는 등 ABS 발행보다 조건이 까다롭고 기업 가치가 보장돼야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S&P와 피치로부터 아시아 카드사 최초로 해외 투자적격 신용등급(BBB)을 획득했다.

채권 발행을 위해 23일부터 홍콩, 프랑크푸르트, 런던에서 해외 주요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가진 현대카드 재무지원실장 이주혁 상무는 "60여개가 넘는 국제적인 투자자들이 몰려 발행액의 3배가 넘는 13억달러를 주문했다"며 "현대카드가 국제 자금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함으로써 카드대란 이후 국내 카드업계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채권 발행을 주간한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의 신디케이트 담당 매트 카터 이사는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현대라는 브랜드 파워, 새로운 채권에 대한 수요 등이 겹쳐 투자자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다"며 "한국 카드업계는 이제 안정됐다고 판단되며, 현대카드의 성공이 다른 카드사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채권 발행에는 바클레이즈 캐피털, 모건 스탠리, RBS, UBS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간사로 참여했다.

2001년 말 1.8%의 시장점유율(신용판매 기준)로 시작한 현대카드는 불과 5년 만에 7배 이상인 13.2%로 점유율을 늘렸으며, 2006년 2천81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실현했다.

(런던연합뉴스) 김진형 특파원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