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 우려..'치고 빠지기'식 영업으로 소비자 피해도
금감위, 감독 강화 나서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각종 할인 혜택을 내세운 카드를 앞다투어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 경쟁을 벌이는 등 회원 확대를 위한 전방위 영업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들의 과당경쟁은 결국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함께 카드사들이 일단 부가서비스 등을 내세워 고객을 끌어모은 뒤 '혜택이 과도하다'는 우려가 제기되면 슬그머니 줄이는 식으로 '치고 빠지기'식 영업을 하고 있어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현금 서비스 수수료도 할인..회원 유치 경쟁 심화 = 26일 금융감독 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수수료 인하를 내세워 고객의 현금서비스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6월까지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 고객 중 현금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에게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7.7%를 일괄 적용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10만여명의 고객에게 이런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SMS)를 발송했다.

LG카드[032710]도 6월말까지 현금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았던 고객이나 우량 회원 또는 소액 이용 회원에게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10~20% 깎아주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현금서비스 이용 한도가 100만원 이하인 고객 47만명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할인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고객 등급에 따라 연 9.9~27.5%가 적용되는 수수료율을 이달말까지 벌이는 행사 기간에는 최저 연 7.9%까지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계 카드사를 포함한 다른 카드사도 사용 실적이 없는 회원이나 우수 회원 수십만명을 대상으로 비슷한 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수수료 할인은 우량 회원의 현금 서비스 사용을 유도하는 '웨이크 업'(Wake-up)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할인 경쟁이 다른 카드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금융감독 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하나은행은 올해 초 교통카드 이용 때 월 최고 4천원, 할인점 이용때 월 최고 2만원을 깎아주는 '마이웨이카드'를 내세워 할인카드 붐을 주도했다.

이 카드가 출시 두 달 만에 50여만명의 회원을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키자 신한카드는 아침시간대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 이용 때 할인받을 수 있는 '아침애카드'를 내놓았으며 현대카드도 21개 할인처에서 연간 최고 36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는 '현대카드 V'를 출시했다.

농협은 특정 할인점에서 최고 10% 할인되는 '더 옴니'카드를 내놓았다.

◇ '치고 빠지기'식 영업.. 소비자만 골탕 = 카드사들은 회원 유치를 위해 할인 혜택이 많은 상품을 일단 내놓은 뒤 금융감독 당국의 지적이 있으면 바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축소하는 식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경쟁적으로 주유카드의 할인과 포인트 적립률을 높이며 회원 유치에 나섰던 카드사들은 금감원의 지도에 따라 이르면 하반기부터 할인과 적립 혜택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카드사들은 서비스를 중단 또는 축소할 경우 홈페이지 등에 게시하거나 고객에게 보내는 청구서 한쪽에 표시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지만 카드사들이 애초 내세운 혜택 때문에 카드를 만들었던 고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감원이 개별 상품의 서비스 내용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 마이웨이카드의 경우에는 고객을 유치하다 금융감독원에서 할인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두 달 만에 카드 발급을 중단해 버렸다.

하나은행은 두 달 만에 50여만명을 유치한 만큼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서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 카드시장 포화로 과당경쟁 = 카드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이는 것은 국내 신용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말 현재 신용카드 발급 장수는 9천246만장으로 1년 전보다 599만장(6.9%)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제활동인구 1인당 갖고 있는 카드 수도 지난해 말 기준 3.8장으로 2005년 말보다 0.3장 늘어났다.

한 사람당 거의 4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셈으로, 카드사들은 이제 순수 신규 회원 유치보다는 다른 카드사의 회원을 빼앗아 오는 전략을 펼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소비자의 귀를 솔깃하게 할 수 있는 각종 할인 혜택을 내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들어 우리은행을 필두로 은행들이 공격적인 카드 영업을 펼치고 있는 점도 경쟁 과열에 한 몫하고 있다.

박해춘 우리은행장은 최근 취임하면서 카드 부문의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이에 따라 다른 은행계 카드는 물론 전업계 카드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2의 카드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2년 카드 대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 이제야 본 궤도에 오른 카드사들이 각종 할인 혜택을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전력하면 수익성과 건전성이 악화되고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카드 대란을 우려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지만 과당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카드시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신용카드의 상품 구조는 단순해 한 회사가 신상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면 다른 회사가 곧바로 벤치마킹해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며 "과당 경쟁이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 당국은 카드사에 신상품 개발 때 손익 분석을 철저히 할 것을 지도하는 한편 개별 상품에 대해 사후적으로 상품 내용을 제출하도록 해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 등 불건전한 영업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 통과되면 금감위는 불건전 영업 행위의 구체적인 유형과 제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황희경 기자 kms1234@yna.co.kr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