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일괄타결 의도"..의구심 표출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이유로 북한이 핵폐기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데 불만을 터뜨리며 "북한이 이 돈에 관심이 없고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24일 마카오 당국은 물론 국무부가 나서서 BDA 은행의 자유로운 입출금을 확약했음에도 불구, 돈을 찾아가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북한의 저의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때마침 버웰 벨 주한 미사령관이 이날 상원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6자회담에서 타결이 없을 경우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이며 오는 2010년까지 통상적인 핵보유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물론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아직 BDA 자금을 인출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돈을 인출하느냐 이며, 아직도 기술적 장애가 남아 있다"고 강조, 기술적 문제 해결시 북핵폐기가 속도를 낼 수도 있음을 시사해 주목된다.

◇ '北, 부시행정부 길들이기' 불만 고조 = 미 의회와 행정부 주변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을 길들일려다가 오히려 길들임을 당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회와 백악관 내부사정에 밝은 미국의 소식통은 이날 연합뉴스와 이메일에서 "BDA 문제로 북한 핵폐기 초기조치 이행이 지연되면서 의회는 물론 부시 행정부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 관리들은 BDA 문제가 곧 해결되고 북한이 2.13 합의에 따라 초기이행조치를 완수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동도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할 때 낙관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이 소식통은 지적했다.

특히 북한이 BDA 은행에 동결된 2만500만달러의 자금 전부를 풀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끝내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거부하고 북한으로 급거 귀국한 이유는 단순히 이 돈만 찾겠다는 의도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의 진정한 목표는 BDA 동결자금을 찾는데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이 북한에 가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제재를 해제하는 데 맞춰져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핵실험까지 강행, 6자회담의 주도권까지 쥔 상황에서 북미간에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을 요구했던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북한은 오히려 미국이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 벨 사령관, 北 미사일-핵개발 우려 = 벨 사령관은 청문회에서 북한이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국위 선양과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력 증대, 외부 공격에 대한 억지력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미사일 생산을 계속할 것이라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 6자회담이 실패할 경우 북한은 오는 2010년까지 통상적인 핵보유국이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론 미국까지 겨냥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미국내 대표적인 보수강경파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AEI(미국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최근 분석과도 일맥상통한다.

그의 논지는 분명하다. 북한이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경제적 고립 위험성과 최대 후원국인 중국과의 관계손상 위험에도 불구, 힘들게 핵무기를 개발한 상황에서 이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 6자회담 회의론 대두 = 북한 전문가들은 6자회담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지난 17일 뉴라이트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앞으로 2·13 합의에 대한 진전이 있게 되면 북한은 더 많은 요구사항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처럼 긍정론보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점증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2.13 합의 초기조치를 이행하는 데도 이처럼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는데 앞으로 2차 이행조건은 한층 어려운 절차와 조건들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시 행정부 임기 말까지 아무런 성과없이 승강이만 벌이다 끝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른바 북한의 '부시 임기 만료때까지 버티기'(wait Bush out) 시나리오다.

실제 전문가들은 부시 대통령이 딕 체니 부통령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 유화파인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의 요청을 수용했지만 대 이란 정책 등과 비교할 때 균형을 잃은 대북정책 선회로 결국 '부메랑'을 초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스트로브도 이날 "앞으로 부시 대통령은 다시 강경정책으로 선회하거나 한번 더 양보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고 '더 이상은 안돼'(no more)라고 선언하게 되면 북한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버리지 않았다며 또 버티기 작전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조복래 특파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