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가 부진한 것은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지만,불확실성이 너무 크고 규제가 많아 기업환경이 자유롭고 편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강조한 말이다.

경제5단체는 25일 시급히 해결돼야 할 규제개혁과제 8개 분야 123건을 발굴해 규제개혁위원회에 건의했다.

기업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재계의 볼멘소리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새삼스런 내용은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비롯해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한 경영권 보호장치의 마련 등 크고 작은 기업규제 완화 요구는 수없이 제기된 과제들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하소연을 정부는 '늘 하는 소리'쯤으로 가볍게 여기고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고도 경제 성장과 활력 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마찬가지다.

25일 발표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0.9%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속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율로 따지자면 4% 안팎이다.

아직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4년 만에 처음으로 전분기 대비 감소세(-0.8%)를 보였다.

참으로 걱정스런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일본 기업들은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리크루트사의 조사결과다.

경제성장률의 회복과 그로 인한 장기적인 호황의 결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본과 한국경제의 이러한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환율안정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과 노사안정 등 꾸준한 기업환경 개선 노력의 결과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과감한 규제철폐를 추진해왔다.

게다가 일본 근로자들은 임금동결 등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고 있다.

외국으로 나갔던 기업들이 국내로 환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우리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노사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기업들을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하는 갖가지 규제에 돈 많은 것을 죄악시하는 반기업 정서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하이닉스만 하더라도 까다로운 환경규제의 경직적 운용 때문에 증설이 무산된 것은 물론이고,공법개선이 불가능해 아예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기업을 내쫓고 있는 꼴이니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던 물고기 떼가 조그마한 조약돌 하나만 던져져도 자취를 감추듯이 돈의 속성도 비슷해 불안한 환경에서는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조 전경련 회장의 지적을 정책당국자들은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