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에서 상장기업들의 자금역류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집계한 결과 지난해 상장기업들이 유상증자 기업공개 자사주처분 등을 통해 증시에서 조달(調達)한 자금은 5조9939억원에 그쳤으나 자사주취득 현금배당 등의 형태로 시장에 환원한 자금은 19조1636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최대 이유가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해 투자 재원이나 운용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고 보면 환원 자금이 조달 자금의 3배를 넘는 현실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상장기업이 얻는 이익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따라서 자금역류 현상에 대해선 그 이유를 세심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된다.

가장 우려스런 것은 자사주 매입비용 및 현금배당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이들 비용은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런 현상의 배경에 자본시장 개방 확대와 외국인자금 유입증대 등이 자리잡고 있음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안될 대목이다.

외국계 투기성 펀드 등의 상장사 지분 확대와 함께 경영권 위협이 크게 늘고 있고 이에 따른 대응책으로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을 대폭 늘리고 있는 까닭이다.

현금배당이 급증하고 있는 것 또한 수익률 극대화를 추구하는 외국계 펀드 등을 중심으로 배당 압력이 크게 늘어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상장기업들의 투자 자체가 지극히 미진하다는 점이다.

실제 상장사들은 자금 조달에 나서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현금보유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고 부채비율은 선진국 기업들의 그것을 밑돌 정도로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다.

돈을 벌어도 마냥 쌓아두기만 한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과제 또한 크게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는 경영권 보호장치를 강화하는 일이다.

황금주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면 자사주 매입 등에 투입하는 비용을 얼마든지 투자로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규제완화 등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는 일이다.

기업들이 그냥 쌓아두고 있는 자금을 투자 재원(財源)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제의 선순환도 기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