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공룡당으로 대선까지 가겠나."

한나라당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돈 공천,선거법 위반 벌금 대납 의혹 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당내에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이런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이 '지지율 50%'에 안주해 자만한 결과라며 지도부 책임론도 거론되고 있다.

'4·25 재·보선' 불패 신화에 '빨간등'이 켜진 것은 물론이다.


◆위기 맞은 강 대표

당 지도부는 지난해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강재섭 대표는 선거법 위반 벌과금 대납자가 자신의 지역사무소 사무국장임이 밝혀지면서 곤혹스런 처지로 몰렸다.

강 대표는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다른 당들은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등 공격의 끈을 더 조이고 있다.

경기 안산지역 도의원 재선거 공천과정에서 억대 돈거래 의혹이 드러나면서 다른 당으로부터 '차떼기 정당 후예,불법 대납떼기 정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사건들이 '4·25 재·보선'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경우,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선 관련 입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당 정치관계법 제·개정특위는 선거기간 촛불집회 금지,후보 단일화를 위한 토론의 방송 금지 등 내용의 입법안을 당의 조율과정 없이 발표했다가 다른 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급기야 강 대표는 "어디까지나 특위 차원의 안에 불과하다.

재검토할 것"이라며 직접 해명까지 해야 했다.



◆"유권자,화났다"

당은 돈 공천 파문 관련자들을 중징계하는 등 진화에 나섰으나,후유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명진 당 윤리위원장은 23일 "안산 단원 갑 공천비리와 관련된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당 소속 예비후보자 등 3명을 제명했다"고 밝혔다.

제명 조치는 5년간 당 복귀를 금지하는 것으로 중징계에 해당된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강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며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에 화가 났고,실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이)'초식공룡당'이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며 "싸워야 할 제대로 된 의지도 없고,순발력도 없다.

이래서야 대선까지 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덩치만 크고 야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전 최고위원은 "왜 이렇게 됐는지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감찰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전재희 정책위 의장도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늘 성희롱,돈 공천 등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다.

관련자에 대해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