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和.波.체코 마이웨이 고수

영국,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등 유럽연합(EU) 헌법 부활에 회의적인 일부 회원국들이 "우리 길을 가겠다"며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따라 EU 집행위와 순회의장국 독일의 주도적인 설득 노력에도 불구, EU 헌법 부활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7일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 대통령을 초청하는 등 헌법부활에 회의적인 회원국들을 겨냥한 설득에 나섰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6월 정상회의에서 헌법 부활 로드맵을 제시할 계획으로 있는 등 부활논의에 불을 지필 계획이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18일 브뤼셀에서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폴란드 총리를 만나 헌법부활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바로수 위원장은 "EU가 강해지면 폴란드도 강해질 것"이라며 헌법부활 논의를 진전시키는데 폴란드의 적극적인 기여를 촉구했다.

하지만 카친스키 총리는 EU의 의사결정을 효율화하기 위한 이중다수결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기존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폴란드는 니스조약에 따른 특권을 박탈당해야 하는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역내 인구의 65%와 27개 회원국 중 15개국 이상이 찬성하면 주요 정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이중다수결제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폴란드는 2000년 니스조약으로 합의된 현재의 가중다수결제를 고수하길 희망하고 있다.

인구 4천만명의 폴란드가 27점의 투표권으로 인구 8천만명의 독일(29점)과 비슷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얀 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도 전날 런던에서 만나 "새로운 헌법은 필요없으며 기존 조약을 개정하자"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두 나라의 조약 개정 입장은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인 니콜라 사르코지 전 내무장관의 `미니조약'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헌법을 부결시킨 프랑스, 네덜란드와 영국은 국민투표가 아닌 의회 비준을 위해서도 간결한 내용의 미니 헌법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을 이미 비준한 18개 국은 부결된 헌법의 내용을 가능한 손대지 않은 채 살려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메르켈 총리는 연말까지 새 헌법안이 타결돼야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는 오는 2009년 상반기 이전 27개 회원국의 비준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부활논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폴란드와 체코 등은 연말 타결 계획은 독일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헌법 부활 논의의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