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없고 당분간 신규 분양 계획도 없는데 분양가심사위원회를 왜 만들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전북 장수군 관계자)."

지방 소규모 지방자치단체들은 올 9월 시행되는 주택법 개정안 때문에 골칫거리가 하나 늘었다.

9월까지 아파트 분양가를 심사할 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동안 아파트 분양 실적이 없었던 데다가 앞으로 분양하겠다는 건설업체들의 신청이 언제 들어올지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위원회를 만드느라 행정력을 낭비해야 할 처지다.

실제 장수군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한 단지도 없을 뿐더러 내년 10월쯤에 가서 대한주택공사가 분양할 예정인 68가구를 제외하면 분양가를 심사하고 말고 할 아파트도 없다.

지자체 가운데는 분양가위원회를 조직하기조차 힘겨운 곳도 있다.

경북 봉화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기존 건축위원회의 위원을 위촉하기도 힘들어 안동시에서 교수와 변호사 등을 모셔오는 판인데 필요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분양가위원회까지 설치하려니 힘에 부치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봉화군은 5년째 아파트가 분양되지 않은 지역"이라며 "건설업체들도 이미 100가구 이상을 짓는 것은 분양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에서는 원론적인 해석만 제시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택법 제38조에서 분양가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당장 필요가 없더라도 일단 위원회는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양구군 관계자는 "현재 관내에는 모두 4개동의 아파트가 있으며 지난 2년간 분양신청은 한 건도 없었다"면서 "5~6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아파트 분양신청에 대비해 심사위원회를 만드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도 단위에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놓고 도 이하 소규모 지자체에 분양신청이 들어오면 심사를 의뢰하도록 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